세계가 'R의 공포‘(Recession,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금융위기의 진앙지 미국은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 오바마가 직접 나섰습니다. 오바마는 시카고에서 정치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시카고는 과거 철강의 메카였지만 지금은 공장을 찾기가 어려운 도시입니다. 그 곳에서 오바마는 내실 있는 경제를 변화의 출발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 등에 제조업 중심 역할을 내준 뒤 2000년대 초 벤처(IT) 산업마저 시들해지자 '금융시스템'으로 국가 경제를 요리하는 위험한 곡예를 시작했습니다.  영화는 오래가질 못했습니다. 금융 중심의 경제정책은 중산층을 몰락시키고 실업자를 양산했습니다. 결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영국도 마찬가집니다. 제조업은 신음하고 금융은 폭풍우 속에서 이리저리 휩쓸리고 있습니다. 사상 최대의 금리인하를 발표했지만 실물경제는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요즘 영국 언론들은 금융 중심주의에 대한 반성으로 기사를 채우고 있습니다.

인구 30만의 영세 어업국 아이슬란드는 더 비참합니다. 한 때 세계의 금융허브란 화려한 수식어가 붙었지만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자 한 순간에 알거지가 된 꼴입니다. 세계는 지금 이런 위기에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방법은 다르겠지만 물적 기반이 없이는 경제 회복과 성장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은 모두 인식하고 있을 것입니다.

세계 경제의 위기 속에서 한국도 심하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경제의 배후에는 튼튼한 제조업이 버티고 있습니다. 조선과 철강은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IT와 석유화학 산업도 세계적입니다.

올 들어 우리나라가 무역 적자를 면치 못했던 것도 수출을 못해서가 아닙니다. 한 달에 50억 달러면 되던 원유 수입이 초 고유가사태를 맞아 월 100억 달러나 수입하니 흑자를 낼 도리가 없었습니다. 국제유가가 정상을 되찾으니 무역수지는 다시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고환율도 진정되고 있습니다. 지금의 위기를 잘 견뎌내면 우리 경제 위상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가 이렇게 탄탄한 제조업 기반을 가진 것은 5000년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축복입니다. 지난 6-70년대를 살아온 근대화 주역들은 박정희와 더불어 '강대국 형  고도산업구조'라는 빛나는 토대를 구축했습니다. 오늘에 와서 꽃을 피우는 철강과 조선, 자동차, 전자, 정보통신, 석유화학 같은 산업은 선진국이라고 다 가진 것이 아닙니다.

19세기 제국주의시대 이래로 영국, 프랑스, 미국, 독일, 이탈리아, 일본, 소련 등 예닐곱 나라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이탈리아와 러시아 영국 등은 이탈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강대국 형 산업구조를 이룩한 나라는 전 세계에 단하나 대한민국 외에는 없습니다. 중국은 이제야 비로소 한국의 뒤를 따라오고 있습니다.

이 소중한 물적 기반을 잘 활용하면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초강대국이 되는 날도 오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세계가 미국 중심에서 다극화되는 시점이라 5대 강국이 주는 의미는 과거와도 다릅니다.

나라의 지도자들은 이 점을 잘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과거 박정희 시대처럼 권위적으로 국부를 창출할 수는 없습니다. 성숙한 민주사회에 걸맞게 모두를 통합하는 리더십을 갖춰야 합니다. 

해변에 쓰나미가 몰아치면 어지러운 생태의 질서가 새롭게 재편된다고 합니다. 경제위기라는 쓰나미가 세계를 휩쓸고 지나면 국가 간 질서가 새로 만들어질 텐데, 우리는 이러한 위기 속에서 도약의 기회를 찾아야 합니다.

개인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위기에서는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말은 이제 틀립니다. ‘살아 남은 자’가 강합니다. 대한민국의 울타리 안에서 지금의 어려움을 잘 견뎌내면 과거보다 훨씬 나은 삶의 여건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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