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훈기 목사(서울서지방·남북교회)

저는 시골에서 자라면서 겨울만 되면 사랑방에서 볏짚으로 새끼 꼬는 모습을 보며 성장했습니다.

지금에는 새끼도 기계로 꼽니다마는 제가 자랄 때만 해도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꼬았습니다. 저도 곧잘 꼽니다.

새끼를 다 꼬고 나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매듭을 짓는 일입니다. 만일 매듭을 짓지 않으면 밤새 꼰 새끼가 다 풀어지게 되고, 긴 밤의 수고는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맙니다. 헛수고가 됩니다.

신부, 목사, 랍비 세 성직자가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밥상에는 먹음직한 생선이 올라왔습니다. 세 성직자는 함께 기도를 하였습니다. 먼저 신부가 입을 열었습니다. “교황이 교회의 머리이시므로 나는 머리 부분을 먹겠습니다.”

목사가 말했습니다. “우리 개신교는 최후의 진리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꼬리 부분을 먹겠습니다.” 그 때 랍비가 말했습니다. “우리 유대교는 양 극단을 싫어합니다. 몸통을 먹겠습니다.” 생선에 맛없는 부분이 있습니까? ‘어두일미’라고 하지만 시간에 있어서는 꼬리가 제일 맛있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승패가 나누어지고 생사가 결정되기도 합니다.  채근담에 보면, 한 사람의 인생을 평가할 때에 절대 ‘전반 아닌 후반의 인생을 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후반의 인생 중에서도 종말이 중요함은 그것이 그 인생의 결론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한 해를 마감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고 있습니다. 2014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한 해를 어떻게 매듭짓는 것이 지혜일까요?


첫째, 감사와 찬양으로 매듭을 지읍시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각 언론사에서 지난 한 해 동안 세계 10대 뉴스와 국내 10대 뉴스를 집계해서 발표합니다. 한 해를 보내면서 10대 뉴스를 보거나 듣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참여하는 것입니다.


금년 한 해 동안 나의 삶 가운데 10대 감사거리는 무엇이었을까? 더듬어 찾으며 감사와 찬양으로 한 해를 마감하는 것은 어떨까요?

둘째, 용서와 화해로 매듭을 지읍시다. 바울은 인생의 겨울을 눈앞에 두고 애타게 마가를 찾고 있습니다. 왜 죽음을 눈앞에 두고 마가를 찾았을까요? 밤빌리아 사건으로(행 13:13) 인해 동역자 바나바와 심히 다투고 갈라섰기 때문입니다.(행 15:36~41)

바나바는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라며 기회를 주장했고, 바울은 사역중심으로 접근하다보니 가차 없이 마가를 내쳤던 것입니다.

그러나 인생의 겨울을 눈앞에 두고 일 중심의 당신보다는 사람 중심의 바나바가 옳았음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해서 마가에게 용서를 구하며 화해하고 싶었습니다. 바울이 마가를 만나 무어라 했을까요? ‘미안하다 마가야!’ 우리도 한해를 서로 용서하며 화해로 마감하는 것은 어떠할까요?

셋째, 회고와 전망으로 매듭을 지읍시다. 모세는 기나긴 광야 40년을 마감하면서 느보산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며 고별설교를 했고, 그리고 새롭게 전개되는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을 내다보았습니다.(신 32:59)

우리에게 과거 역사가 필요한 이유는, 보다 나은 그리고 보다 분명한 미래를 위해서입니다. 지나온 일 년을 돌아보며 반면교사는 물론 정면교사를 다짐하며 한 해를 마감하는 것은 어떠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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