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 목사(경북서지방∙덕천교회)
11월 26일 열린 노년부 예배는 시간이 한참 지나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전 11시가 예배 시작 시간인데, 11시 20분에 드렸으니까요. 몇 분 할머니 때문에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습니다.

할머니들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80~90대 할머니들인지라 생각이 많이 흐려지고 행동이 표 나게 굼뜬 것이 눈에 확연히 잡힙니다.

주일 아침에는 백태연 할머니(93세)를 모시러 세 번이나 댁에 가야 했습니다. 두 번은 아무리 불러도 반응 하나 없었고, 세 번째에는 일 다녀 온 며느리가 있긴 했는데  역시나 할머니의 행선지를 알지 못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조금 전  들렀던 노인정에 다시 갔습니다. 할머니는 거기서 가장 편하게 천장을 보고 대(大)자로 누워 계시더군요.

시간을 더 많이 끈 것은 김두순 집사님입니다. 올해 87세 되신 김 할머니는 치매 환자입니다. 그래도 예배가 있는 날 교회에 빠지면 하나님께 혼난다며 열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옷도 입지 않고 누워 있는 방엔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겨우 일어나 거울 앞에 선 집사님의 바지는 오줌 자국으로 축축했습니다.

옷장을 열고 다른 바지를 찾아 갈아 입으시라고 손에 쥐여 드렸습니다. 그러고 다른 할머니를 모시러 갔습니다.

박말분 권사님을 태워 오니 김 집사님이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줌 자국이 있는 축축한 바지 위에 두꺼운 겨울 잠바를 두 개나 껴입고 있었습니다.

시간을 보니 많이 늦었습니다. 더는 지체할 수가 없어 차에 태우려고 하니 타고 있던 할머니들이 냄새난다며 코를 잡고 얼굴을 돌렸습니다. 김 집사님을 제 옆 조수석에 앉혔습니다. 교회로 와서 많이 늦은 예배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본문과 무관한 이야기로 설교했습니다. 예수님은 불쌍한 사람들을 더 사랑하셨다, 사회에선 더럽고 냄새 난다고 손가락질 한다고 해도 교회에서는 이런 분들을 더 돌봐주어야 한다, 여러분들도 치매 걸린 노인 분들의 따뜻한 친구가 되어주길 바란다 등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예배 후에는 점심 식사로 우리 밀 칼국수를 먹고 과일 후식까지 끝내자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됐습니다. 오줌싸개 할머니를 제 옆에 태운 뒤 이 할머니 집에 먼저 갔습니다. 할머니가 내리는 데엔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만큼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때 마을 아주머니 한 분이 지나가며 혼잣말처럼 한마디했습니다.
“오줌도 못 가리는 할마시를 뭐하러 교회 데려가는지… 쯧쯧.”

치매에 걸려 돌보기를 꺼리는 이런 분을 예수님은 더 사랑하셨고, 교회에서도 이런 분에게 더 관심 갖고 돌보아야 한다고 설교 시간에 강조했는데, 마을 아주머니에게 혀차는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그분도 이웃 교회 교인으로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불쌍한 사람들을 돌보는 일도 보기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할머니를 방에까지 모셔드리고 나오는데 천진난만한 얼굴로 제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습니다.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을 가진 자만이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누가 뭐라 하든 우리 교회의 노인 섬김은 계속될 것입니다. 사람들이 아무리 꺼린다 해도 주님이 좋아하실 일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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