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원 목사(소망세광교회∙드루대 신약 Ph.D)

“… 너희가 어떻게 행할 것을 자세히 주의하여”(엡 5:15)

에베소서 5장 15절의 위 헬라어 본문은 시각적 상상력을 동원하는 비유적 표현들로서, 저자는 그 표현들을 통해 그의 가르침을 더욱 생생하고 현실감 있게 전달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한글번역으로만 본문을 읽으면 거의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따라서 본문의 원 의미는 원어의 이해를 통해 좀 더 확실하게 드러내져야 할 필요가 있다.

1. ‘행하다’(‘페리파테오’ περιπατω)
‘페리파테오’는 ‘둘레’를 의미하는 ‘페리’와 ‘밟다’는 뜻의 ‘파테오’의 결합어로서, 원 뜻은 ‘두루 다니다’, ‘이리저리 걷다’이다.

이 단어가 초기에는 철학자들이 걸으며 가르치는 행위에 쓰이다가, ‘걷다’, ‘걸어 다니다’의 일반적 의미로 사용되고, 포괄적 의미로 ‘살다’, ‘행하다’의 뜻으로까지 확대 사용되었다.

짚어져야 할 점은, 이 용어에 관해서는 ‘걸어 다니다’라는 1차적 의미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KJV(흠정역)도 본문을 “walk(걷다)”로 번역하고 있다.

2. ‘자세히’(‘아크리보스’ κριβς)
‘아크리보스’는 어원적으로 ‘뾰족한 끝’(‘아크리베스’)이란 명사에서 나온 부사어로서, 바늘 끝같이 세세한 부분까지 다 살피는, 뾰족한 탐침 같은 것으로 어떤 대상을 다 찔러보고 다 확인하는 정도로 ‘극도로 자세히’ 살피는 상황이다.

3. ‘주의하다’(‘블레포’ βλπω)
‘블레포’는 ‘보다’의 뜻을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헬라어 동사 ‘호라오’(ρω)보다 강조하여 ‘보는 행위’를 위해 쓰는 용어이다. 그냥 수동적으로 반사적으로 보는 것이라기보다는 집중해서 잘 보는 행위를 의미한다.

특히 본문의 ‘걸어다니다’(페리파테오)와 함께 쓰인 문맥에서는, 걸어 다닐 때 잘 살펴 세심히 보는 행위를 떠올리며 문장의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위의 이해는 바울사도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르침을 좀 더 명료하게 해 준다. 본문에서 바울이 그리고 있는 성도들의 삶이란, 어떤 사람이 위험한 요소들이 산재해 있는 지역을 걷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본문을 통해서는 “어떻게 행할지를 자세히 주의하라”는 다소 평이하게 느껴지는 권면보다는, “이 세상을 살아갈 때 극도로 조심해서 두 눈을 부릅뜨고 잘 살피면서 한 걸음 한 걸음을 걸어가라”는 좀 더 시각화한 경고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바울사도는 그 이유에 대해 본문 전후에 계속 설명하고 있는데, 그가 간파하고 있는 이 세상은 온갖 더러운 것(엡 5:3절), 누추한 것(4절), 위험한 것(5~7절), 어둠의 일(11절)로 가득 찬 곳이다.

비유적으로, 이 세상은 그 속성상 오물과 같은 더러운 것들과 장애물과 같은 위험한 것들이 곳곳에 널려져 있고, 게다가 원수가 설치해 놓은 덫이나 함정, 지뢰 같은 것들이 상존해 있는 위험한 곳이다. 그와 동시에, 성도가 걸어가야 하는 이 세상은 여전히 어두움의 영역이다(8, 11, 14절).

그러므로 언제 무엇을 밟을지, 어떻게 실족할지 알 수 없는, 어둡고 위험한 세상에서 걸어가야 하는 성도들은 두 눈을 부릅떠 잘 살펴보면서(‘블레포’). 살피되 탐침으로 샅샅이 찔러보아 그 속까지 확인하듯 세심하게 살피며(‘아크리보스’), 한 걸음 한 걸음을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디디며 걸어가야 한다(‘페리파테오’).

그것이 여전히 어둠의 세상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빛의 자녀인 성도들에게 요구되는 지혜로운 삶의 모습이다(8, 15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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