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는 사람들만 아는 목사세계의 우화 한 토막. 임종을 앞둔 어느 목사가 아무도 만나려고 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예외없이 그냥 돌아서야 했다. 세상이 그 이름을 아는 어느 유명한 목사가 찾아와 뵙고 싶다고 말했다. 뜻밖에도 면담이 허락되었다. “유명한 목사님에게는 목사님도 역시 어쩔 수 없으신가 보네요.” 임종을 수발하던 사람이 조금은 속이 뒤틀려 말했다. 임종을 앞둔 목사가 대답했다. “다른 이들이야 천국 가서 다음에 보면 되지만, 그 목사는 아무리 생각해도 천국에서 만날 가망이 없으니 어쩌겠나?”

▨…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나치 전범 아이히만(K. A. Eichmann)의 재판을 참관하고는 ‘악의 평범성’에 전율했다. 반유대주의의 광기로 무장해 유대인 학살을 진두지휘했던 아이히만이 지극히 평범한 이웃과 아무 것도 다를 것이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범죄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다시 물어야만 하는 것 아닌가 혼란스러워했던 것이다.

▨… 아렌트에 의하면, 나치정권 당시의 독일 인구 7000만 명 중에서 히틀러 추종자는 100만 명에 지나지 않았다. 나머지 6900만 명은 세계의 어느 곳에서도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평범한 이웃들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 그럼에도 그 독일에 의해서 유대인 대학살이 자행되었다는 것은 6900만 명의 평범한 사람들의 침묵이 낳은 결과였다는 것이다.

▨… 임종을 앞둔 목사가 유명한 목사의 면담 요청을 허락한 후에 그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눈 어둡다고 하더니 다홍고추만 잘 딴다”고 했는지 “개 못된 것은 들에 가서 짖는다”고 했는지는 우화의 주인공인 목사들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숱한 목사들의 행태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려도 아직은 따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목사가 목사의 허물을 깨우쳐 주기 때문일 것이다.

▨… 우리 성결교회에는 전 총회장 목사님들이 22명, 전 부총회장 장로님들이 23명 생존해 계시다. 혼란스러운 교단의 모습 때문에 누구보다 걱정이 많은 어른들이시다. 소돔과 고모라는 의인 10명이 없어 멸망했다지만 이만큼 어른이 있는 성결교회는 반석 위에 있어야 한다. 다수의 침묵으로 나치라는 악의 온상이 된 독일을 타산지석으로 삼는다면 이제는 어른들이 침묵을 깨야 한다. 도대체 교단이 면직한 목사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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