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형은 목사(서울중앙지방∙성락교회)
제목의 표현이 과한지 모르겠다. ‘사태’라는 단어 말이다. 지난 24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하 교회협) 제63회기 정기총회가 열렸다.

교계에는 이미 알려진 대로 총무 인선과 연관하여 계속된 마찰이 총회석상에서 더 불거지며 결국은 ‘파행’으로 끝났다. 예장통합의 대의원 전체가 총무 선출 과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퇴장한 후에 총무 선거가 진행되었다.

파행이란 말이 총회석상에서 투표로 연임된 김영주 총무나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불만스러울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국 교회 안에서 이번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은 파행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총무 선거와 다른 임원 선출이 공적 회의 과정을 통해서 마무리되었지만 교회협의회의 회원 가운데 여러 모로 중요한 교단인 예장통합의 입장은 마무리된 것이 아니다.

예장통합 교단의 정영택 총회장이 “우리가 무리하게 상처를 준 것 같고 우리도 그 이상의 상처를 입었다”고 말하며 통합측 총회대의원들이 회의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교계의 연합기관과 연관된 잡음과 추문이 끊이지 않은 터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교회에 대한 시각이 매우 비판적이다. 상당히 많은 교계 지도자들이 연합기관의 존재와 기능에 기대감을 버렸다.

교회협은 출범 당시의 상황과 존재 의미에서 보수 쪽 연합체와는 성격이 다르다. 광복 이후의 한국 역사에서 나름 해 온 역할이 적지 않다. 특히 1970년대의 군사독재 시대에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싸우며 헌신한 것은 역사적으로 높게 평가될 일이다.

그래서다. 교계 연합기관들의 추한 상황 속에서 교회협이 바람직한 위치를 잘 유지해 나가면서 어떤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는 것 말이다. 그러나 이번 총회 상황을 통해서 그런 기대가 무산되었다.

이번 총회의 공식적인 선언문에 자체의 갈등에 대한 현실 상황과 고백이 적나라하다. 인용한다.

“지난 90년 동안 교회협을 지키시고 인도하신 주님, 교회협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재정위기, 교파이기주의, 신학적 대립, 교회의 양극화는 ‘오이쿠메네’ 정신, 생명 살림, 정의와 평화와 창조의 보전,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를 추구해 온 전통은 물론이고 미래의 비전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흔들리는 교회협, 저희가 함께 만들어 온 것을 통회하오니, 예수 그리스도께서 처음 시험받으셨던 광야에 저희를 세우소서.”

이번 총회의 주제가 ‘흔들리는 교회, 다시 광야로’다. 어떻게 보면, 내부적인 갈등으로 결국 광야로 나가게 되었다. 그러나 어쩌랴. 기독교 역사에서 어느 교회든 집단이든 스스로 자정 능력을 잃으면 이렇게 되는 게 도식이다.

그러나 지금도 늦지 않았다. 에큐메니컬 진영의 리더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된다. 평소에 그리도 많던 ‘정치의 달인’들은 다 어디로 갔나. 예장통합 쪽이 다시 자리로 돌아올 명분과 교회협의 공적인 순항을 둘 다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잘 풀린다면 교회협의 현재 상황이 ‘사태’가 아니라 ‘경우’가 될 것이다. 교계 안에 난마처럼 얽혀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풀 수 있는 하나의 사례 말이다.

누구나 인식하고 있는 대로 한국 교회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소천한 옥한흠 목사의 표현을 빌리면 한국 교회는 지금 ‘침몰하고 있다’. 배금주의와 물량주의, 세속적 인본주의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성공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교회협이 이런 상황에서 귀한 역할을 감당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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