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치즘과 파시즘, 러시아 혁명을 목도하면서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의 비인간성에 환멸을 느낀 칼 포퍼(Karl Popper, 1902~1994)는 비판적 합리주의의 길을 여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을 출간했다. 그 책에서 포퍼는, 모든 형태의 지식과 사회적 정치조직들이 공개적으로 비판받을 수 있을 때 자유로운 사회는 가능할 수 있으며, 그것이 ‘열린 사회’의 기초라고 기술하였다.

▨… 열린 사회는 모든 비판을 미덕으로 수용하는 사회이다. 비판은 그 사회를 있게 하고 그 사회를 그 사회되게 하는 기본적인 조건이다. 비판을 그 사회의 자산으로 소화해야 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정부 없는 신문과 신문 없는 정부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정부 없는 신문을 선택하겠다고 했다지만 민주주의의 역사는 비판의 역사와 궤를 함께하고 있음이 사실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불만과 비판은 인간과 국가의 발전을 기약하는 첫걸음”이라고까지 말했다.

▨…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말할 때 뉘라서 광주와 전라남도를 제쳐놓을 수 있는가. 아무리 독재의 서슬이 시퍼래도 해야 할 말은 하고 해야 할 일 앞에서는 생명을 던졌던 역사가 숨 쉬는 곳 아닌가. 그 광주와 전라도가 우리 성결교회 안에서는 갈팡질팡하고 있다. 전남중앙지방 분할무효 확인소송이 진행 중인가 하면 송모 목사의 면직 무효 파쟁에 광주동지방과 전남서지방이 휩쓸려들어 있다. 이게 무슨 꼴인가. 누가 장난치고 있는가?

▨… 옛 중국 진나라에 풍부(馮婦)라는 사람은 힘이 세서 주먹으로 호랑이를 때려잡는 용맹함을 과시했다. 소심한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며 칭찬을 보냈으나 뜻있는 사람들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웃었다. 이런 비웃음을 사는 일을 하는 것은 위풍부야(爲馮婦也, 풍부가 한 짓과 같다)라고 맹자는 꾸짖었다.

▨… 모두가 새카맣다 하더라도 어느 게 암까마귀인지, 수까마귀인지를 가려내는 사람은 가려낼 것이다. 누가 ‘풍부’ 같은 짓을 하는지도 밝혀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성결교회가 진실의 확인이 어렵고 비판의 수난이 예기되는 ‘닫힌 사회’이고 그것이 성직자 사회의 속성이라면…. 끔찍하다. “가면을 씌워주면 누구나 진실을 말할 것”(오스카 와일드)이라는 지적이 우리 성결교회를 말하는 것 같아서…. 우리에게 가면이 필요한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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