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복 장로(대구지방∙대광교회 원로)
갈등은 의사 결정에서의 혼돈을 뜻한다. 요즘처럼 이해관계의 상충으로 개인  간, 조직 간 갈등의 골이 깊을 때가 있었던가.

건축법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땅에 교회를 지으려면 일조권, 집값 하락 등을 내세워 동네사람들이 똘똘 뭉쳐 농성을 벌인다. 도시에서 교회를 새로 건축하거나 증축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대구는 여느 지역보다 불교가 심하다는 말을 한다. 주택가에 절이 들어서면서 집채만 한 대형 부처가 큰 거리에 버젓이 설치되어 있는 곳도 볼 수 있다.

한때 목사님들이 설교할 때 대구는 우상의 도시라고 말하기도 하고 대놓고 부처를 우상이라고 지칭한 때도 있었다. 

지금은 불교를 빗대는 설교를 듣지 못한다. 남의 종교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비롯된 것인지, 설교의 질이 향상된 것인지 모르겠다.

크리스마스에 예수탄생을 축하한다면서 불교 측이 현수막을 내거는 것을 보면서 통 큰 불교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인지, 소통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었다.

기독교에서는 비교적 소극적지만 가톨릭은 불교 행사에 신부가 참석하여 축사까지 하는 것도 본 적이 있다.

남의 종교를 존중해 주는 대승적 행동을 보이는 것 같지만 일부 종교지도자가 정치적 냄새를 풍기고 있다는 감도 있다.

대구에서 최근 일어난 일이다. 지난 10월 7~11일 대구시민회관 그랜드콘서트홀에서 제1회 대구합창대제전이 있었다.

대구시립합창단이 찬송가를 부르자 주최 측 초청으로 이 자리에 참석한 동화사 스님 2명이 이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퇴장했다.

공공시설에서 특정 종교에 편향된 합창곡을 선곡했다는 이유에서다. 불교계에서는 벌써 4차례나 같은 사례가 발생하여 이를 지적해 왔다고 말한다.

대구시 부시장이 팔공총림 동화사 주지를 예방하여 공식 사과했지만 동화사 측은 조계종 교구 본사 주지협의회에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일로 급기야 대구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가 사직했다. 말은 않지만 기독교 신자들은 사찰은 문화재 관리 측면에서 상당한 정부 지원을 받고 있지만 기독교에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 내심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우리는 지금도 종교와 정치가 뒤범벅되어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지구촌 현장을 목도하고 있다. 종교의 참 가치는 신앙을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적인 삶을 주고 평화로운 인간사회를 만드는 일일 것이다. 기독교는 예수를 믿음으로써 자신은 구원을 얻고 천국에 갈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종교다.

대구시립합창단이 시민회관에서 찬송가를 부른 것이 뭐 그리 문제가 되는가. 얼른 생각하면 별게 아닐 수도 있다.

사회과학적 측면에서 문화조직에 속한 종교단체가 대구라는 공동사회를 함께 발전시키고 주민 통합을 이룬다는 취지에서 본다면 이해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겉으로는 그런 척하면서도 타종교를 이해하려 들지 않는 종교지도자들의 숨어있는 욕심 때문이다.

일반 신도들은 입을 닫고 있다. 일부 종교지도자들이 항상 문제를 만든다. 우리 모두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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