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골짜기로 흘러내리는 물소리를 들어 본 일이 있는가? 계곡의 물소리는 잠시 숨 고를 틈도 없이 쉬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들려온다. 그런데 시멘트로 반듯하게 수로를 정비한 곳에 가보면 물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 같은 물이 흐르는 데에도 어떤 곳에서는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어느 곳에서는 그 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계곡의 물소리가 요란한 것은 물 밑에 바위나 자갈이 있기 때문이다. 물은 이것들과 부딪치면서 비명을 지르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소위 바위와 자갈이라는 요철이 물과 뒤 엉킬 때 소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설교에 요철을 깐다는 것은 바로 이런 원리다. 말하자면 제대로 전달되는 설교를 하자는 이야기다. 우선 설교 내용에 요철을 깔아야 한다. 흔히 설교를 하나님 말씀의 전달이라 하여 회중은 일방적으로 받고 듣기만 하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것은 신학적으로는 맞지만 대화로서의 설교라는 실행적 성격에는 맞지 않는다. 설교의 대상인 회중은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다.

 따라서 시멘트로 발라놓은 밑바닥위에 소리 없이 흘러가는 물처럼 그렇게 일방적인 존재로 회중을 취급해서는 안 되며 자갈과 부딪친 물이 소리를 내듯 반응을 보이는 회중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 설교 내용의 진부함을 탈피하는 것, 생각할 수 있도록 문제의식을 부추키는 것, 설교의 흐름에 동승할 수 있도록 적절한 플롯을 설정하는 것, 회중의 감성을 강하게 자극하는 것, 회중이 경험적 맥락에서 공감하게 하는 것 등은 매우 중요한 설교 내용의 요철(凹凸) 작업이다.

설교에 요철을 까는 작업은 설교형식에도 해당이 된다. 설교의 논리 전개를 천편일률적인 데에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으로 바꾸는 것은 설교형식에 요철을 까는 작업이라 할 것이다. 회중의 인지 능력, 예배의 특수한 용례, 설교본문의 문학적 특성, 설교자의 특성 등을 고려해 그때 그때 적절한 설교 형식을 취하는 것은 설교의 내용을 전달하는 데 있어 매우 유용하다.

설교의 실행에 있어서도 요철을 까는 작업은 매우 요긴하다. 단어의 선택에서부터 문장의 다양성, 문어체와 구어체의 조화, 단문과 복문의 적절성, 반복법 부연법, 점층법, 의문문, 휴지기법(pause), 클라이맥스 처리 등 수사적 기법의 적절한 활용 역시 설교의 전달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들이다.

설교자의 목소리운용도 설교의 요철 효과를 좌우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한 문장에서 쉬어가는 부분의 다양한 처리, 문장의 초입부분의 톤의 높낮이, 문장 혹은 문장과 문장 사이의 휴지 기법, 일정 단어나 표현 혹은 단락의 휘몰이처리 등도 설교자들이 그냥 지나쳐서는 안될 부분이다. 우리가 이런 장치들을 통해 설교에 전달의 요철을 깔게 될 때 비로소 회중은 보다 선명한 설교의 물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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