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1:3-5

가을은 사람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그래서 서정주 시인은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라는 시를 남겼는지 모른다.

우리의 기억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다. 생각만하면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생각만 하면 마음이 불편해 지는 사람도 있다. 

오늘 본문의 내용은 사도바울이 빌립보 교회에게 보낸 편지인데 “내가 너희를 생각할 때 마다 나의 하나님께 감사하며 간구할 때 마다 너희 무리를 위하여 기쁨으로 항상 간구한다”(빌2:2~3절)라고 말하고 있다. 생각 할 때 마다 기쁨이 되고 간구 할 때 마다 감사가 되는 사람들... 아마도 그 사람들로 인하여 바울 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고 기뻐했을 것이다.

사도바울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그립고 기쁨을 주는 사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바울에게 많은 해를 가했던 구리 장색 알렉산더에 대해서는 하나님께서 그 행위대로 저에게 갚아주실 것이다(딤후4:14)라고 말할 정도로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은 사람은 아마도 복음 안에서 교제를 나누었던 사람들일 것이다. 사도바울도 그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5절).

길지 않은 목회 기간이었지만 기억에 남는 훌륭한 분들이 참 많다. 좋은 분들을 만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그중에 특별히 남은 기억은 전에 목회하던 곳에 계셨던 한 권사님이다. 그분은 예전에 무당이었는데 주님을 영접한 후로는 충성스러운 하나님의 사람으로 최선을 다해 하나님을 섬기는 분이시다. 자신은 옷을 얻어 입고, 머리 자르는 값이 아까워서 평생 비녀를 꽂고 지내시면서도 자신이 일한 품삯의 전부를 모아 선교지에 교회를 세우셨고 선교사님을 섬기시는 분이셨다. 그분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나를 돌아보게 한다.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을 때의 일이다. 공부를 마치고 집에 도착하면 새벽 1시정도가  되었다. 피곤한 몸으로 차에서 내리는데 교회 교육관 문이 열리면서 권사님이 반갑게 나를 맞아주었다. 나는 깜짝 놀라 “아니 권사님 지금 몇 시인데 지금까지 주무시지 않고 계셨어요?" 라고 묻자 “목사님, 목사님이 우리를 위하여 공부를 하고 오시는데 교회에 불이 꺼져있으면 얼마나 허전하겠어요. 그래서 제가 목사님을 기다리면서 기도 하고 있었어요.”

나의 가슴은 뜨거워졌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모든 피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권사님은 대학원을 마칠 때까지 나를 그렇게 격려해 주셨다. 이것은 하나의 이야기이고 그 외에도 수많은 행복과 감사를 느끼게 하셨다. 생각하면 행복하고 감사가 넘친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게 될 것이다. 그립고 감사한 자로 남을 수도 있고 불편한 자로 남을 수도 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기억 속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을까? 아마도 내가 뿌려놓은 모양만큼 기억이 되어 있을 것이다.

가을은 사람들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함석헌 옹은 그리워지는 친구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대는 이런 친구 가졌는가? 그대가 먼 길을 떠나야 할 때... 당신의 아내와 자식을 그 친구에게 맡아 달라 부탁하며 편히 먼 길을 떠날 수 있는 그런 친구, 배가 조난되어 죽음을 앞둔 가운데 하나 남은 구명조끼를 그대에게 내밀며 너만은 살아야 한다고 말해주는 그런 친구 가졌는가…”

우리는 언젠가 하나님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평가 받게 되는 날이 있게 될 것이다.  오늘 하나님은 말씀을 통하여 나를 향해 말씀하시는 것 같다.


“생각할 때마다 감사하고 기도 할 때마다 기쁨이 주는 그런 사람으로 살아줄 수 있겠니?”
송구한 마음으로 고백해 본다.
‘하나님, 그렇게 살 수 있도록 은혜로 채우소서! 하나님 그렇게 되기를 원합니다. 그런 사랑과 은혜로 채워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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