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욱 목사(전남동지방∙연동중앙교회)
오늘의 젊은이들은 “지금 우리 사회에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받는 종교인이 얼마나 있는가?”라고 묻고 있습니다. 그 물음에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시대에는 국민의 존경과 신뢰받는 종교 지도자가 없다고….

교회에서는 물론이고 교단에서도, 심지어 사회에서도 지도자가 없다고 다들 말합니다. 이것은 기독교 신자인 우리 스스로 가져야 하는 현실로부터의 반성입니다.

굳이 젊은이들의 질문이 아니더라도 종교인들에게 거는 가장 큰 국민적 기대는 도덕적 계도이지만 종교인들에게 가장 결핍된 것이 도덕 의식이라는 지적은 우리시대의 현실입니다.

종교인들이 도덕성에서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신뢰를 받을 수 없고, 그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직업군별 정직성 관련 의식조사에서 천주교 신부는 1위를 차지한 반면 목사는 하위 순번이었다는 점은 한국기독교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야고보서 1장 27절은 기독교적 삶 혹은 기독교적 삶의 지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본문입니다. 이 본문에서는 기독교인의 현존 방식을 이타성과 초월성에서 찾고 있습니다.

고아와 과부를 그 환난 중에서 돌보고(이타성),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지 아니하는(초월성) 것을 진정한 경건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 한국교회가 진정한 경건의 표로서 이타적 성격과 세속에 영합하지 않는 기독교적 가치 곧, 기독교적 윤리를 고양하고 있는지 우리 스스로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지도적 위치에 있는 인사들에게는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8월 14일부터 4박 5일 동안의 프란치스코 교황의 특강은 개신교 목사인 저에게 많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교황이 어딜 가나 록스타처럼 환영받았던 것은 단순히 작은 차를 타고 소탈해 보여서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종교를 넘어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와 아픔에 위로가 필요하다는 걸 교황은 아는 듯했습니다.

그 밖에도 교황이 방한 중 남긴 많은 메시지는 우리 목회자들도 늘 하는 얘기입니다.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가난한 자들의 친구가 되고 어려운 사람 편에 서겠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전했습니다.

그러나 교황의 특강이 울림이 달랐던 것은 그가 수십 년 만에 한 번 이 땅을 밟은 위대한 종교 지도자라서가 아닙니다. 일관성과 실천으로 진정성을 보여주고 그 진정성을 바탕으로 약자와 눈을 맞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그것이 이번 특강의 하이라이트였고, 개신교가 생존할 수 있는 방향 제시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문득 지난 4월 16일 오전 9시경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된 세월호를 보면서 한국교회의 침몰을 연상하는 분이 많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안하무인 격으로 계속 교회의 양적 부흥에만 몰두하여 목회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편법 목회를 한다면 한국교회가 새롭게 도약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한국교회의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큰 교회도 많고, 화려한 예배당도 많습니다. 많은 일을 하는 유명한 목회자도 많습니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서 성결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자신의 종교적 가르침을 삶으로 증명하는 목회자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오늘 한국교회가 쇠락하는 것은 목회자와 성도들의 삶이 자신의 종교를 증명하지 못하기 때문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라도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이 예수님의 마음을 가지고 예수님처럼 목회하고, 예수님처럼 살기를 힘써야 합니다.

교회와 목회자와 성도가 본질을 회복하면 하나님께서 한국교회를 다시 회복시키실 것입니다. 다시 세상에서 칭송받는 교회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번 교황의 방한 때 한국교회에 던진 메시지는 물질만능에 젖은 사회에 자기도 모르게 익숙해진 목회자들에게 모든 믿음은 믿는 자의 삶으로 증명되어야 한다는 준엄한 경고였습니다.

이것은 벼랑에선 오늘의 한국교회 전체를 통타하는 추상 같은 채찍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가까이서 듣게 된 명강의였음을 생각해 봅니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