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은 어떻게 내 마음이 이렇게 터져 버려 죽을 것같이 고통스러운데, 내가 용서하기 전에 먼저 살인마를 용서하고, 그 살인마는 아주 평온한 모습으로 구원받았다며 편하게 살아가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떤 사람들은 반기독교적 영화라고 트집잡기도 했었던 영화 ‘밀양’의 여주인공 신애의 대사이다. 죄와 용서에 대한 일부 기독교인의 이해가 너무 피상적인 것은 아니냐는 질문을 담고 있다.

▨… 그 질문에 대한 어떤 대답. “죽음이 임박하면 세 치 혀를 들어 올릴 힘도 없는 게 인간의 육신이다. 그 와중에 예수는 말했다. 아버지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어떤 놈이 오른 쪽 뺨을 갈기면 왼쪽 뺨마저 내주라고 했던 평소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서? 소생의 생각은 약간 다르다. 예수는 죄와 벌이 어떻게 마무리되어야 하는지를 넌지시 알려줬다. 피해자인 자신이 가해자를 용서하기 전까지는 아무리 절대자인 그 ‘아버지’라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을. 용서는 오로지 피해자의 ‘권리’라는 사실을.”(남정욱, ‘불평사회 작별기’)

▨… 성서는 밧세바를 빼앗은 다윗에 대해 우리아의 용서를 한마디도 기록하지 않았다. 가해자로서의 다윗이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죗값을 치르려는 모습만 기록하고 있다. 하나님께선 다윗의 악한 행위에 대해 육체를 지닌 인간의 나약함을 인간의 한계로 인정하시고 용서는 하셨지만, 그 행위에 대한 죗값은 철저하게 치르게 하셨다.

▨… 윤동주는 ‘서시’에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기도하였다. 인간다운 삶을 늘 마음에 새기도록 가르쳤던 맹자도 같은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줬다. “군자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三樂)이 있다. 그중의 하나가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고, 땅에 엎드려 거리낌이 없는 것이다”라고.

▨… 총회임원회가 5인 조사위원회 구성을 결의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모양이다. ‘밀양’에서처럼 피해자를 분통 터지게 하는 결말이 나오거나 군자의 경지를 곁눈질하면서라도 하나님 앞에서 한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추구해 온 이들이 난도질 당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실체도 없는 인물의 진정서 따위가 조사의 근거가 되는 일은 더더욱 없어야 한다. 5인 조사위의 활동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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