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 13:8)

박태일 목사(경기서지방∙대명교회)
독일의 시인 괴테는 “내가 살아온 75년 중 즐거웠다고 생각되는 시간은 4주간 정도였다. 노고와 일 외에 나의 생활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굴러 떨어지는 돌을 끝없이 밀어 올리는 것 같은 생활을 했다”고 자신의 생애를 한탄했다고 합니다.

하나의 고백으로 그 인생 전체가 무의미했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며 산 시간보다는 불행하다고 느끼며 산 시간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저희 부부는 올해 결혼 27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결혼 27년째 되던 해, 늘 계획대로 되는 일보다는 안 되는 일이 더 많지만 이번 결혼기념일에는 주례를 했던 부부를 모두 초청하여 함께 예배하며 교제하는 은혼식을 갖자고 했었데 제가 그만 결혼기념일을 잊고 그냥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아내와 27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을 같이 살아왔습니다. 얼마나 행복했을까? 아주 가끔 “다시 결혼한다면 다시는 당신과 결혼 안할 거야”하는 마음에 없는(?) 투정의 소리라도 들을 때면 미안한 마음을 갖습니다. 나로 인해 더 행복해야 하는데….

매년 결혼기념일이면 목사를 초청하여 예배를 드리는 집사님 부부가 있습니다. 최근 결혼기념일을 맞아 집사님 가정을 심방 하였습니다. 그때 나눈 말씀이 “피차 사랑의 빚 외에는 아무에게든지 아무 빚도 지지 말라 남을 사랑하는 자는 율법을 다 이루었느니라”는 로마서 13장 8절입니다.

빚을 지는 일은 참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그 빚이 불어나면 부담을 넘어 괴롭고 불안하기도 합니다. 빚은 없을수록, 적을수록 자유롭고 평안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자진해서 져야 할 빚이 있습니다. 바로 사랑의 빚입니다. 부부가 사랑할 만큼 했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 그 사랑은 더 깊어질 수 없습니다. 그 순간부터 사랑의 진실함도 사라지는 것입니다. 나는 당신에게 사랑할 만큼 했다고 주장하는 그 순간, 부부의 위기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쫓나니.”(요일 4:18) “우리가 사랑함은 그가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음이라.”(요일 4:19 )

내 사랑이 식어지고 사랑의 부채의식이 없어 질 때마다 주님의 사랑을 기억합시다. 대책 없는 나를 얼마나 끝까지 사랑하셨는지…. 그 주님의 사랑으로 우리 심령을 가득 채웁시다. 그러면 내 사랑이 부족하였음을 깨닫고 사랑의 빚진 자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결혼기념일에 심방을 받으며 예배를 드리는 것은 부부의 행복을 지키는 참 좋은 방법입니다. 우리를 부부되게 하신 분이 그분이기에 그날을 기억하며 그분을 예배하는 것이 참 귀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목사에게 가장 중요한 목회 현장은 교회 이전에 목회자의 가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얼마 전 대전에서 열린 ‘목회자 복음 콘퍼런스 비전 선포식’에 다녀왔습니다. 콘퍼런스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복음과 가정’도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교단 내 모든 교회 성도님들이 “우리 교회 목사님이 기독교대한성결교회 목사님이어서 우리는 참 행복합니다”라고 고백할 수 있도록 사랑의 부채의식을 가지고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관계, 모든 일들을 더 사랑하면 좋겠습니다.

돌이켜보건대, 결혼생활 27년과 목회생활 26년 동안 행복한 시간이 그렇지 못한 시간보다 훨씬,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았음을 고백합니다. 다 주님의 은혜입니다. 모두를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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