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룡 박사(서울강서지방∙큰나무교회)
“아빠! 하나님은 누가 만들었어요?” 필자의 아들이 다섯 살 때 했던 질문이다. “응, 하나님은 누가 만들지 않고 원래부터 계셨던 분이야!”라고 답했지만 어린 아이가 이해하기 힘든 질문과 대답이었다.

흥미롭게도 진화 생물학자로 잘 알려져 있는 리처드 도킨스도 그의 책 ‘만들어진 신’에서 “만일 어떤 설계자가 이 세상을 만들었다면 그 설계자는 과연 누가 만들었는가?”라고 질문한다. 다시 말해서 ‘만약 하나님이 우주를 만들었다면 그 하나님은 누가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이다.

도킨스는 기독교가 이 질문의 답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에 기독교의 하나님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이 도전에 어떻게 답해야 하는가?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서 우선 기독교와 무신론자 양쪽 모두 전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기독교는 하나님은 영원하고 스스로 존재하는 분이라고 믿고 있다. 하나님은 원래부터 계셨고 궁극적인 존재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도킨스와 같은 무신론자는 물질인 우주는 원래부터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들은 우주가 궁극적인 존재라고 믿고 있다. 양쪽 다 전제가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두 견해 모두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았고 스스로 존재한 궁극적 존재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는 하나님을, 도킨스는 우주를 자존자라고 믿고 있다.

그렇다면 어느 주장이 더 믿을만한 것인가? 물질인 우주가 궁극적인 것이며 원래부터 있었는가? 아니면 우주를 만든 하나님이 원래부터 계셨던 분인가?

만일 우주가 궁극적 존재라면 우주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어야만 한다. 그러나 우주의 시작이 있다면 우주는 궁극적 실재가 될 수 없으며, 우주를 만든 창조주가 반드시 먼저 존재해야만 한다.

현대 우주 과학에 의하면 우주는 영원하지 않고, 시작도 있고 끝도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첫째, 거의 모든 과학자들이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빅뱅 우주론’에 따르면 우주는 오래전에 아무것도 없는 무(無)로부터 갑자기 생겨났다고 한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우주는 정체된 상태로 존재하며 시작도 끝도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1929년 에드윈 허블이 우주 망원경으로 적색편이 현상을 관찰함으로써 우주가 팽창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그후 1992년 미국 나사의 코비 위성이 찍은 우주 배경복사와 2014년 3월에 빅뱅 중력파를 발견한 것은 우주가 대폭발로 생겨났음을 생생히 증거하고 있다. 따라서 우주는 과거 언젠가 태어난 시작점을 가지고 있다.

둘째,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하면 우주 안에 있는 모든 유용한 에너지는 점점 소모되고 있으며, 우주는 질서에서 무질서로 서서히 변하고 있다고 한다.

우주에는 종말이 있다. 이런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서 물리학자 폴 데이비스는 “우주는 영원히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우주는 과거 언젠가 태어난 시작점이 있고 앞으로 언젠가는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현대 과학이 알려주는 과학적 사실이다.

우주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궁극적 원인이 있어야 한다. 물질체인 우주가 궁극적 원인이 아니라면 과연 무엇이 궁극적 존재가 될 수 있는가? 이 세상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존자가 필요하다.

거대한 우주가 생겨나기 위해서 그 원인은 우주보다 더 크고, 물질과 시간을 초월하면서도 물질을 만들 수 있는 지성적 존재여야 한다. 그러한 궁극적 원인을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이라고 부른다. 스스로 존재하는 영원한 하나님이 이 세상을 만드셨다고 믿는 것은 가장 합리적인 믿음이다.

“하나님이 모세에게 이르시되 나는 스스로 있는 자이니라.”(출 3:14)

※ 박명룡 목사는 미국 탈봇신학대학원에서 ‘지성적 영성(기독교변증학)'을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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