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새벽 4시 20분. 알람이 울린다. 주일이었던 어제 늦게 잠 든 탓인지 잘 떠지지 않는 눈을 부비며 일어나 간단히 씻고 자동차에 올랐다. 윔블던(Wimbledon)을 한 바퀴 돌며 성도들을 태운 후 바로 공항을 향해 달린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2014 유럽직할지방 성결가족 수련회”,

목적지는 독일의 수도 베를린(Berlin)이다.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독일 전역에 흩어져 있던 성결 교인들이 다함께 모이는 집회이다. 3박 4일간, 광활한 유럽에 흩어져 살던 성결가족이 한 지붕 아래 모여 한솥밥(?)을 먹으며 만나는 모임이다.

우리는 베를린 공항에 도착하여 유스호스텔로 이동했다. 저녁부터 수련회가 시작되기에 짐을 맡긴 후 점심 식사를 한 후 비를 피해 커피숍에 들어가 담소를 나누다가 근처의 소니 센터와 포츠담 광장을 둘러본 후 숙소를 향했다.

유스호스텔로 돌아오니 버스가 막 도착한 듯 로비는 웅성거리고 반가운 얼굴들이 보인다. 아침에 출발해 8시간이나 버스로 달려왔단다. 나도 모르게 얼싸 안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항상 그랬듯 올해도 성황이다.

숙소에 숙박하는 인원은 130명 정도지만 베를린에 살면서 집에서 오가는 분들을 합하면 150여명을 넘는 인원이다. 연령층도 생후 1년 된 돌쟁이로부터 여든 넘은 권사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숙소를 배정받아 들어가 보니 방이 좁고 서향이어서 무척 덥다. 덜컥 강사님 방을 살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에서 주일을 지낸 후 장시간 비행기로 이동하느라 무척 피곤할터인데…,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하도록 했다.

첫날인 월요일 저녁에는 강사의 비행기 도착 시각이 늦은 관계로 대타(?) 강사가 되어 메시지를 전했고 설교 후에는 수련회를 위한 기도회를 가졌다. 다들 열심히 찬양하고 기도하는 모습이 참 은혜롭다.

둘째 날 새벽부터 진행된 강사 이신웅 목사님의 메시지는 잠자고 있던 우리들의 영혼을 깜짝 놀라도록 깨워주셨다.

목사님은 성경의 중심인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님의 나라에 초점을 맞추어 복음의 진수를 강력하게 선포했다. 이 땅의 가치관에 얽매어 가려지고 흐려졌던 우리의 마음을 씻어 주고 믿음의 눈이 시원하게 밝혀지는 것 같았다.

유학생들과 젊은이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센스와 유머, 특히 태블릿 pc를 사용한 시각적 설교는 효과가 컸다.

올해는 찬양 팀도 잘 준비된 모습이다. 2대의 키보드와 여러 가지 악기, 무거운 음향 장비를 볼 때 찬양팀원들의 준비와 열성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싱어들과 악기 팀 모두 예년에 비해 풍성한 구성이고 찬양인도자도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인도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는다.

찬양하고 통성으로 기도하는 시간에는 숙소에 머무는 다른 사람들을 배려해 창문을 닫아야 했기에 등에 땀이 주르륵 흘러내리도록 더웠다. 하지만 기도회 후 창문을 열면 에어컨을 켠 듯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땀을 식혀 주었다.

화요일 오전에는 숙소에 머물면서 예배를 드렸고, 오후에는 2대의 버스에 나누어 타고 베를린 시내를 관광했다. 과거 동서를 가르던 베를린 장벽에 도착했을 때 제법 굵은 비가 내려서 한동안 버스 안에 머물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야 했다.

각 나라의 훌륭한 예술가들을 초청하여 그려 놓았다는 장벽 위의 다채로운 그림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우리나라의 통일을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기도가 저절로 흘러나온다.

셋째 날인 수요일에는 새벽과 저녁에만 집회를 갖도록 계획되어 있어서, 아침 식사 후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지 비텐베르크와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포츠담의 상수시 궁전을 구경했다. 임원들은 베를린 임마누엘교회 담임목사 취임식에 참석하느라 비텐베르크만 둘러볼 수밖에 없었다.

수요일 저녁 집회 후 교역자들과 사모들은 밤늦도록 각 가정과 교회의 기도제목을 나누고 함께 기도했다. 어느 때보다 힘든 사역을 이끌고 있는 동료와 사모들의 마음을 공감하는 시간이 됐다.

여름마다 거르지 않고 유럽에서 수련회를 가질 수 있음이 은혜이며 복이라는 사실을 올해 들어 더욱 감사한 마음으로 되돌아보게 된다. 한 해는 교역자 가족들이, 다음 해는 성결 가족들이 수련회를 갖는 것이 참 감사한 일이다.

준비를 위해 수고한 임원들과 주님 안에서 성결 가족 됨을 인정하고 먼 길을 달려온 교우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특히 어린아이들을 이끌고 참여한 사모님들과 어린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느라 집회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수고한 교역자들과 선생님들께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담아 인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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