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교수(서울신대 부총장∙구약학)
팔레스타인 가자지역에서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의 교전이 확대되면서 팔레스타인 희생자가 5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스라엘 측도 지난 7월 17일 지상군 투입 후 군인 18명의 희생자가 발생하였다. 팔레스타인의 로켓과 박격포 공격으로 숨진 민간인 2명을 포함하면 모두 20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태가 급격히 악화되자 국제사회가 중재노력에 나서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긴급회의를 소집해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으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중재를 위해 현재 중동지역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 반응은 냉담하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를 ‘우리 가정을 지키기 위한 전쟁’으로 규정하면서 하마스가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제사회가 '가자의 비무장화'를 이끌어내면 곧바로 공습을 멈추겠다는 것이 이스라엘 측의 주장이다.

실제로 하마스는 지난 8일부터 18일까지 1600여 개의 로켓을 이스라엘 민간인 주거지역으로 쏘았고, 이스라엘정부는 자국이 개발한 ‘아이언 돔’ 방어망과 대피시설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반면 이스라엘과 전력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하마스는 민간인과 종교시설까지 앞세우는 ‘인간방어’ 전술로 대응하고 있어 그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 6월 12일 팔레스타인 서안지역인 베들레헴 외곽의 유대인 정착촌에서 학교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10대 청소년 3명이 실종된 것에서 발단되었다. 이후 이스라엘 정부는 경찰과 정보기관을 총동원해 이들의 행방을 찾았지만, 결국 지난 6월 30일 이들은 서안지역의 헤브론 근처에서 모두 살해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이에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의 테러와 로켓 공격을 막는 것과 동시에 가자 지구에 있는 1000여 개 땅굴을 없앤다는 목표로 군사작전을 펼치고 있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을 지켜보면서 과연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는지를 자문해 본다. 청소년 납치살해는 표면적인 것일 뿐 실제로는 두 나라 사이의 오랜 갈등관계가 저변에 깔려있다.

그 관계의 출발점을 성경에 나오는 이삭과 이스마엘로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현재 상황의 직접적인 원인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이 지역을 위임 통치하였던 영국의 ‘두 나라 안’에서 찾을 수 있다.

1차 세계대전 종전 1년 전인 1917년 11월 영국은 ‘발포어선언’을 통해 팔레스타인 안에 유대인 국가 건립을 약속하였다. 하지만 영국은 새롭게 등장한 아랍권의 영향으로 팔레스타인 안에 두 나라 곧 아랍인국가와 유대인국가 건립을 제안하게 되었다.

그리고 두 나라 안은 1947년 11월 28일 유엔총회에서 정식으로 채택되었다. 당시 65만 명에 불과하였던 유대인들은 유엔의 결정을 받아들여 1948년 5월 14일 독립을 선포함으로 1900여 년 만에 신생 이스라엘 국가로 재탄생하였다.

그러나 아랍은 유엔의 두 나라 안을 거부하고, 그 대신 독자적인 국가를 세우겠다는 목표로 주변 아랍국들의 지원을 받아 신생 이스라엘과 독립전쟁을 일으켰다. 1949년 7월까지 1년 정도 계속된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예상을 깨고 상당한 아랍지역을 차지하였다.

그 후 1967년 6월에 있었던 ‘6일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유다-사마리아지역(요르단 통치), 가자지역(이집트 통치), 골란고원지역(시리아 통치) 등을 점령함으로 팔레스타인 전체 지역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때에 다시 피난을 떠난 아랍인들은 새로운 난민이 되었고, 점령지역은 이스라엘의 군사정부에 의해 식민통치를 받았다. 그러는 사이에 팔레스타인난민들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를 결성하여 독립을 위한 이스라엘과의 무력투쟁을 전개했다.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오슬로 협정’을 체결하면서 팔레스타인 자치와 두 나라의 상호인준에 원칙적 합의를 이루었다. 2005년에는 미국, 유엔, 러시아, 유럽연합(EU) 등이 나서서 ‘중동평화 로드맵’을 마련했다.  문제는 이집트와 요르단을 제외하면 어느 아랍국가도 이스라엘을 정식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에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으면서 이스라엘과의 평화공존을 시도하고 있지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연정 파트너인 하마스는 여전히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들은 이스라엘과 공존을 추구하고 있는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공격하는 입장이다.

팔레스타인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지금이라도 아랍국들과 하마스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내의 모든 정파들이 영국과 유엔이 결정한 ‘두 나라 안’을 받아들이고 이스라엘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는 것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차례의 전쟁을 치루면서 두 민족 간에 쌓인 악감정의 해소는 생각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서로를 인정하는 본질적인 해결 없이는 어떤 방안도 임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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