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근 교수(서울신학대학교 선교학)
지난 7월 4일 오후 5시, 석가모니가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불교 최고의 성지로 꼽히는 곳 중 하나인 인도의 부다가야 마하보디 사원 내부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3명의 한국 청년들이 기타를 치며 찬양을 하고 큰 소리로 기도를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곳에서 9개월째 묵언수행을 하던 한국의 한 승려가 묵언을 깨고 이들을 제지하자, 이 청년들은 매우 대담하게 “하나님만이 오직 구원이다. 구원받지 못한 이들이 불쌍해 하나님을 전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2010년에 일어났던 봉은사 땅 밟기 기도와 국내외에서 일어난 유사한 사건들이 동영상으로 올라와 한국 개신교의 위상을 추락시킨 일은 오늘날 개신교 선교의 부정적인 단면을 보여준다. 이러한 몇몇 사건들은 한국 개신교가 종교로서 순기능을 상실하고 역기능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사례들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청년 3명은 과연 어떤 의도로 불교의 성지에서 공격적으로 찬양을 하고 큰 소리로 기도를 했던 것일까? 이들은 아마도 자신들의 행위 자체를 매우 희생적이고 적극적인 선교방법, 즉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고귀한 선교사역로 보았던 듯하다. 이런 행위를 하나님의 뜻으로 자의적 해석을 하다 보니, 주변의 어떤 시선이나 예의나 상식도 통하지 않고 매우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주장을 한 듯하다.

문제의 핵심은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과 구원, 선교의 개념에 대한 무지와 오해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현대선교의 가장 민감한 이슈들 가운데 하나는 영적전쟁과 능력대결을 통한 선교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시도이다.

특히 영적도해와 땅 밟기 기도(혹은 대적기도)는 “선교의 중대한 촉매제”로 인식되며 전 세계를 이 세대에 복음하려는 헌신과 열정으로 무장한 이들에게 공격적인 선교방법을 무비판적으로 허용하는 역할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한국 개신교회가 취하는 선교방법들 가운데 “타종교인들을 고려하지 않고 비상식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공격적 선교”는 내부적으로도 매우 민감하게 다루어지며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가뜩이나 추락하고 있는 개신교의 대사회적 공신력에 치명적인 해를 미치고 있다.

땅 밟기 기도에 대한 오해는 구약성경의 연관본문들에 대한 부적절한 해석에 기인한 바가 크다. 선교는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전쟁을 하러 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복음을 겸손하게 전하는 것이다.

선교는 하나님이 소유하신 것이기에 삼위일체 하나님에 의해 보냄 받은 교회와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백성이며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하나님의 나라를 향해 순례하며 세상 속의 열방들과의 만남 가운데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거룩한 삶의 방식을 보여주어야 한다. 따라서 교회의 목적은 하나님의 통치이며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온 세상을 자신과 화해시키시려는 원대한 구원계획의 도구로 살아가는 것이다.

참된 선교적 열정과 자기중심적 열광주의의 차이는, 하나님의 시각에서 나오는 겸손과 배려와 이에 상반되는 자기만족적 도취이다. 땅 밟기는 기도와 연관된 것으로서 땅을 밟으면서 그 땅과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기도는 그리스도인들의 삶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것이지만 기도가 우리의 능력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기도의 본질은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갖고 그 분의 뜻을 알고 그 뜻에 순종하는 것이지 하나님의 능력을 이용하여 우리의 인간적 목적을 충족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사건을 바라보며 우리는 기도의 효력을 중시하는 인간중심적 방법을 사용하기보다는 하나님의 사랑과 긍휼의 마음과 태도를 가지고 선교현장을 위해 기도하는 기도산책(prayer walking)이 보다 적합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선교지에서의 기도는 타문화적 민감성과 분명한 동기를 요구한다. 땅 밟기 기도가 선교에 유익이 되기보다 해가 되는 경우, 한 지역에서 어렵게 쌓아 놓은 선교사들의 사역을 한 순간에 허물어뜨릴 뿐 아니라 한국 개신교 전체, 그리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국격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한국교회가 지금까지 해 온 선교에 대한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다. 우리 자신의 모습을 하나님의 말씀의 거울에 비추어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본을 따르는 선교가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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