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용찬 목사(서호교회)
세월호 사건을 통해 바라본 “공감의 시대”오래전 하비 콕스는 자신이 한창 살아가는 세대를 향해 ‘무감동, 무책임, 무의미’의 시대라고 명명했던 적이 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새로운 세기를 맞이한 요즘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21세기를 ‘공감의 시대’라고 불렀다. 우리나라는 지금 세월호 사건이 터지면서 리프킨의 말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건이 일어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나고 있다. 아직도 16명의 실종자가 구조되지 못하고 있으며,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유명을 달리한 분들과 아직도 구조를 기다리는 분들을 생각하며 희생자들의 영정을 모신 분향소를 찾았던 시민이 115만 명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들린다. 구조를 위해서 혹은 실종자와 희생자 가족을 위해서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나서서 생업을 마다하고 봉사와 헌신을 다하고 있다. 이들은 누구보다도 아픔을 당한 분들의 마음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느끼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우리 사회가 정말로 공감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생각하게 된다. 가장 먼저는 신속하면서도 빠르게 사실을 전해야 할 언론의 태도가 그랬다. 그동안의 자신들의 모습을 반성하는 분위기가 일부 있기는 했지만, 아직도 큰 어려움을 당한 당사자들의 처지보다는 특종과 단독보도만을 앞세우기 바쁘다. 언론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시민의 알 권리’를 내세워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는 경우이다.

일반 시민들의 태도에도 깊이 성찰해야 할 모습이 많다. SNS를 통해 무책임하게 퍼져 나가는 이야기들을 보면 아픔을 당한 분들의 형편보다는 자신들이 호기심과 주장을 앞세우는 경우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고난을 당하고 있는 분들의 형편을 고려하지 않는 수많은 이야기는 어쩌면 더 큰 아픔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부당국과 사회·정치 지도자들의 태도가 가장 문제다. 지금까지 보면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직간접적 피해를 본 당사자들과 그 가족들, 시민들이 어떤 심리정서적 고통를 겪고 있으며, 사회·경제적 피해가 얼마나 큰지를 전혀 이해하지도, 공감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 사회는 수많은 재난과 사건 사고를 겪어 왔다. 문제는 이러한 사건과 사고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응이 너무나 쉽게 달아올랐다가 쉽게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정치적 이슈로 변하면서 논쟁과 갈등, 심지어는 이념적 다툼으로 변질되다가 흐지부지 잊혀지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세월호 침몰 같은 일을 다시 경험 해서는 안 된다. 이 사건을 교훈으로 삼아 구체적인 재난구호시스템과 트라우마센터 같은 치유 프로그램이 구축되고 가동되어야 한다. 세월호 사건으로 표출된 다양한 문제가 해결되려면 지속적인 연구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 외상후스트레스 장애와 국가적 재난으로 발생한 사회병리현상은 단기간에 치료되거나 회복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위해 첫째, 이번 사건이 생명 소중함의 가치가 재발견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둘째, 삶의 목적과 가치가 재정립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사회적 성공과 출세, 물질적 풍요만이 행복이 아니라 심리정서적 평안을 누리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셋째, 인생의 고난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고난을 겪게 된 당사자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과 구체적 치료 지원이 지속적으로 운영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특별히 종교기관과 비정부기구(NGO)간 네트워크가 필요하며, 이것을 총괄하는 국가기구가 신설되어 운영되는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회는 이제 성장과 번영의 논리에서 벗어나 인생의 무거운 짐과 질병, 마음의 상처로 고난을 당하는 사람들을 조건 없이 품어주는 치유와 회복의 장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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