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회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서무부가 대의원들의 발언시간 5분 엄수를 유도키로 했다고 한다. 아울러 한 안건에 3회 이상 발언하지 못하게 하는 발언횟수 제한도 엄격하게 준수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한다. 서무부의 방침 발표가 연례행사여서 과연 방침이 효력을 발휘할 것인가를 궁금해 하는 사람 보다 그 ‘똑똑한 분’들이 입을 다물면 총회가 총회답게(?) 진행될 수 있을까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 왜, 말이 많아지는 것일까. 왜, 입에 거품을 물게 되는 것일까. 말하는 사람이 목사, 장로라면 듣는 사람들도 목사, 장로인데 그것도 지방회를 대표해서 엄선된 ‘똑똑한 분’들인데, “달걀도 구르다 서는 모가 있음”을 모르는 사람도, 체험 못해본 사람도 없을텐데…. 말하는 사람이 교단을 사랑한다면 듣는 사람도 그에 못지않게 교단을 사랑하는 사람들인데 말이 넘쳐나는 회의장은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 설마하니 장로, 목사 경력도 일천하지 않은 분들이 무슨 허영이나 교만 때문에 회의를 좌지우지하려고야 하겠는가. 허영심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싸늘하게 눈을 흘겼던 임마누엘 칸트였지만, 그가 꼽은 허영심은, “자신의 이름이 인쇄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직함(칭호) 갖기를 좋아하는 사람, 눈에 띄는 복장의 사람” 정도였다. 총회 대의원들이 결코 이런 범주의 인물들은 아니잖는가.

▨… 못된(?) 소설가(새커리, W.M.Thac keray)가 ‘허영의 시장(Vanity Fair)’이라는 제목으로 속물근성의 인간을 마음껏 비꼬았다. 온갖 쾌락이 매매되는 이 허영의 시장은 현대 물질주의 사회와 동의어이고 인간의 인간됨을 철저히 파괴하는 곳이었다. 이 허영의 시장이 인간으로 하여금 교만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게 부추기고 있음을 존 번연은 ‘천로역정’을 통해서 새커리보다 먼저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밝혀주었다.

▨… 변증법의 철학자 헤겔은 사람들에게 철학자로서의 번민을 이렇게 털어놓았었다. “철학자로 태어나다니, 하나님의 저주를 받은 거야”라고. 총회 대의원이 된 것을 헤겔식으로 받아드리라면 어불성설이겠지만, 똑똑하고 교단을 혼자 사랑하는 것처럼 인정받으려다 허영심이나 교만이 살짝 드러나는 실수 만은 이 해엔 없었으면…. 하릴없는 바람인가?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