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회 기독교학회, 한국교회 위기에 대한 신학적 대안 제시

 

"성장보다 변화와 성숙이 필요한 때이다.”
개신교 신학자들은 위기의 한국교회를 향해 ‘외형적 성장’보다는 ‘타자를 위한 섬김과 내면적 성숙’을 제시했다.
한국기독교학회(회장 최종진 교수, 전 서울신대 총장)는 지난 10월 17~18일 대전 침례신학대학교 자유관에서 ‘한국교회의 위기와 신학적 답변’이라는 주제로 제37회 공동학회를 열어 현 한국교회의 위기를 다각적으로 진단하고 신학적인 대안을 모색했다.
주제 발제에 나선 이성희 목사(연동교회)는 “한국교회는 눈부신 성장에도 불구하고 개신교 120년 역사 가운데 가장 큰 위기를 맞게 된 것은 성숙하지 못한 병리 현상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바로 신앙고백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신앙형태가 가장 큰 병폐라는 지적이다.
그는 이런 잘못된 병리현상의 요인을 교회의 대형화와 익명성으로 꼽았다. 이 목사는 “교회가 대형화 되면서 모이는 교회로서의 기능은 가능했지만 흩어지는 교회로서의 역할은 미흡했다”고 진단했다. 대형화로 인해 교인을 관리하지 못하고, 성도들도 소속과 책임의식을 회피하기 위한 익명성을 선호하면서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영성적인 기능에 치중하고 예언자적 기능에 소홀했던 점도 한국교회가 위기에 직면하게 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결국 “자기중심적인 교회 관에서 타자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져야 한다”면서 ‘성장에서 성숙으로’, ‘개교회주의에서 교회연합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한동구 교수(평택대 구약학)도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으로 하여금 세계 모든 민족에게 축복의 중재가 된다’는 약속은 자기중심적인 성격에서 벗어나 타자 지향적인 가치표준과 함께 전승발전을 거쳐 마지막 단계에 형성된 표현이다”며 “한국교회가 타자 지향적이고, 섬김의 공동체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를 통한 소통과 시대읽기


최인식 교수(서울신대 조직신학)는 ‘21세기 문화목회에 대한 비전’이란 발제에서 전통적인 목회가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고 지적하고 문화목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도와 교리, 목회자 중심의 권위체계에 얽매어 있는 전통목회는 사회의 변화에 민감하지 못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따라서 최 교수는 “현 시대의 문화적 코드를 선교와 목회에 접목하고 한국의 전통 문화를 목회 영역으로까지 끌어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목회를 통해 교회 밖의 문화와 사람들을 교회 안으로 끌어들이면 사회와 소통하는 범 교회적이고, 유기적인 구원을 지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문화를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존중하는 태도 즉 배려라고 정의한 최 교수는 “개 교회가 확장주의의 몸집 불리기에 나서기 보다는 삶의 배려 밖에 있는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고, 인간과 자연을 모두 배려하는 하나님의 문화 창조가 바로 문화목회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예배의 갱신을 통한 변화도 모색
안선희 교수(이화여대 실천신학)는 예배의 갱신을 통한 한국교회의 변화를 제안했다. 한국교회의 위기의 결정적 원인을 사회적 반감에서 찾은 안 교수는 기독교인의 잘못된 가치관과 습관 등을 예배를 통해 재사회화(교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회는 예배를 통해 순종하고 믿기만 잘하도록 사회화했기 때문에 실천에 약하고 사회문제에 무관심하다는 진단이다. 따라서 예배를 통해 잘못 형성된 신앙과 정서를 다시 예배의 변화를 통해 재사회화 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 교수는 이를 위해 △몸 수행에 관심을 기울이고, △성례전 참여를 통한 신앙의 통전적 이해와 공동체성 함양 △침묵 수행과 명상(기도)을 통한 내면 강화 △중보기도를 통한 사회연대 의식과 사회적 현실 자각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학 없는 한국교회


신학자 300여명이 참석한 이번 학회에서는 그동안 한국 신학계가 한국적인 신학을 형성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성장주의에 대한 올바른 신학적 진단을 내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기독교학회 회장 최종진 교수는 “목회현장과 신학의 자리와의 괴리 때문에 한국교회가 성숙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면서 “신학의 질적인 수준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회를 위한 신학교육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첫날 개회예배의 설교자로 나선 이정익 목사도 “오늘날 교회성장을 위한 방법은 풍성하지만 정작 목회현장에서 신학이 없어졌다”고 지적하고 “예수를 아는 고상한 지식, 바로 신학을 통해 한국교회의 나아갈 길을 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문장 교수(미국 고든-코넬 신학교)는 신학의 한국화를 주문했다. 한국신학의 세계화 방안에 대해 강의한 이 교수는 “신학의 세계화는 신학의 지역화를 전제하기 때문에 한국신학이 우전적으로 한국화에 성공해야 한다”면서 “한국적 풍토 위에서 ‘교회를 위한, 교회에 의한, 교회의 신학’으로 환골 탈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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