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기 50일간을 성대하게 지키는 것은 기독교 신앙과 예배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다. 주님의 부활이야말로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기 때문이다.한국의 많은 교회에서 사순절기 40일은 ‘특별 새벽기도’니 ‘총동원 전도주일’이니 열심히 지키면서, 부활절은 부활주일 단 하루 지키고, 일주일만 지나면 언제 부활절이 있었냐는 듯이 잊어버리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사순절은 단지 부활절을 준비하는 준비기간에 불과하다. 부활절은 그리스도의 부활일로부터 시작하여 성령강림절까지 50일간 계속되는 위대한 축제의 절기이다. ‘오순절’이라는 단어 속에 ‘50일’이 들어있는데, 이는 그리스도의 부활일로부터 50일을 센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오순절은 부활절과는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부활절은 부활주일로 시작해서 성령강림절로 마치게 된다.

근대 개신교회에서 성령을 강조하다 보니 성령강림절을 별도의 축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오순절은 별개의 축일이 아니라 부활절을 완성하는 축일이다. 그리스도를 무덤에서 일으키신 성부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하늘로 올리신 후에 그분의 영 곧 성령을 이 땅에 보내심으로써 부활을 종결지으신 것이다. 이미 2세기에 교회들은 부활절부터 시작해서 성령강림절까지 이어지는 50일간의 축제를 거행하고 있었다.

초대교회는 이 기간을 ‘위대한 50일’이라고 불렀으며, 이 기간은 매일 매일을 주일처럼 생각하였다. 이 기간에는 기도하는 동안 부활을 뜻하는 표식으로 무릎을 꿇지 않고 일어서서 기도하였으며, 금식 또한 하지 않았다. 어거스틴은 이 기간을 가리켜 기쁨과 평화의 기간이며, 그러므로 금식을 하지 않고 서서 기도하라고 하였다.

부활주일 직후 초대교회에서는 새로 세례받은 사람들에게 세례의 신학적 의미를 가르치는 기간으로 삼았다. 이른바 신비교리가 그것이다. 성 암브로스, 예루살렘의 시릴, 요한 크리소스톰, 몹수에시아의 테오도르 같은 4세기 교부들이 이때에 새 수세자들에게 주었던 신비교리의 내용은 잘 정리되어 지금 우리에게까지 전해진다. 부활 주일 새벽에 세례받은 사람들이 거듭난 표시로 세례 직후에 입었던 흰 옷을 부활주일 다음에 오는 주일에 벗음으로써 이제는 당당한 교회의 일원이며 동시에 그리스도의 몸의 구성원임을 표현하였다.

부활절기에 속해 있는 중요한 또 하나의 절기는 주님의 승천축일(Ascension)이다. 터툴리안이 그리스도께서 오순절에 하늘로 올라가셨다고 가르친 것을 보아 알 수 있듯이, 4세기 이전에는 주님의 승천을 기념하는 축일을 따로 지키지 않았다. 유세비우스 역시 부활절은 7주간 계속되었으며 성경이 기록하고 있는 대로 구세주께서 하늘로 승천하시고 성령이 내려오신 날이 오순절이라고 기록하였다. 그러나 4세기 후반에 기록된 사도규약은 부활절 후 40일째 되는 날이 ‘주님의 승천을 기념하는 잔치’로 가장 적합하다고 기록하였다. 이는 주님께서 부활 후 40일째 되던 날 승천하셨다고 기록한 사도행전 1장 3절에 근거한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4세기 말부터는 승천축일과 성령강림절이 각각 지켜지게 되었다. 부활절기 동안의 예배는 다음과 같이 해보자.

먼저, 부활절 둘째 주일은 ‘도마주일’(Thomas Sunday)로 지킨다. 복음서의 본문은 요한복음 20장 19~31절로서, 부활하신 주님에 대한 도마의 불신앙과 불신앙의 도마를 찾아와 부활을 확인시켜 주시는 주님의 자비하심을 강조한다. 부활절 셋째 주일은 ‘만찬 주일’(Meal Sunday)로 지킨다. 디베랴 바닷가에서 고기잡는 제자들에게 부활하신 주님께서 나타나셔서 배 오른편에 그물을 던지라고 말씀하시고 생선을 굽고 떡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신 부활의 주님이 초점이다(요 21:1~19).

부활절 넷째 주일은 요한복음 10장을 본문으로 하는 ‘선한 목자 주일’이며, 부활절 다섯째 주일은 ‘나는 ~이다’ 주일(I am Sunday)로서, 예수님께서 “나는 ~이다”라고 주장하신 것을 본문으로 한다. 모세가 호렙산에서 만났던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나는 나다(I am who I am)”라고 말씀하셨는데, 예수께서도 이 땅에 계실 때에 “나는 ~이다(I am)”라는 주장을 반복해서 하셨다. 그럼으로써 예수는 모세에게 나타나셨던 바로 그 하나님이심을 선포하는 것이다. 부활절 여섯째 주일은 승천축일을 준비하는 주일이고, 일곱째 주일은 승천축일로 지킨다. 이때의 본문은 요한복음 17장의 대제사장적 기도이다.

마지막 여덟 번째 주일은 성령강림주일이다. 부활절기에 읽어야 할 성경본문은 표준성서정과에 잘 나타나 있다. 부활절기 50일간을 성대하게 지키는 것은 기독교 신앙과 예배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다. 주님의 부활이야말로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러한 내용으로 예배를 드리면서 부활 및 생명 나눔과 관련된 교회의 행사들을 실행해 나간다면 복음의 본질에 더 충실한 교회와 성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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