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도둑맞으려면 개도 짖지 않는다고는 한다. 그러나 도둑을 맞는 정도가 아니다. 자그만치 476명의 생명이 담보되어 있는 항해에서 구명정은 쓸모없는 장식품일 뿐이었고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은 승객의 생명은 도대체 아랑곳하지를 않았다. 배가 이미 기울어 자력으로는 균형을 회복할 수 없음에도 위기대처의 매뉴얼은 전혀 작동하지를 않았다.

▨…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세계 최고의 전자통신 기술을 자랑하는 선진국이라면서, 세계 제일의 조선왕국이라면서,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집집마다 자동차 한 대씩은 소유하고 있는 경제 대국이라면서, 그 많은 사람이 탄 배가 침몰하는데도, 수많은 생명이 가라앉은 배에 한 주간이나 갇혀 있는데도(22일 현재) 발만 동동 구르고 있어야 한다는 현실이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자화상은 어떤 모습인가.

 ▨…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자신의 생명보다 더 소중한 가족을 차디찬 바다에 유기해 놓은 채, 그래도 나는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을 괴로워하며 버티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인증샷을 찍으려는 공무원, 그 상황을 자신의 정치적 야망에 이용하려는 자칭 목사라는 위인, 아무 소리나 지껄이는 아가씨를 전문잠수사라고 인터뷰하는 TV방송국, 아무래도 우리 사회는 제대로 정신줄을 놓고 있는 것 같다.

▨… 심리학에서 사용하는 용어 가운데 일상어로 보편화된 말 중에 데자뷔가 있다. 이미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이미 경험했었던 것 같은 강렬한 느낌을 표현할 때 쓰는 표현이다. 세월호의 침몰은 1993년에 있었던 서해페리호의 비극을 떠올리게 한다. 그때도 292명의 아까운 생명들이 인간의 무지와 욕심 때문에 스러졌었다. 세월호의 침몰은 데자뷔로서는 너무도 아픈 트라우마다.

▨… 이 큰 상처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과학적 기술력의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그 원인은 오히려 수지타산에만 급급해 생명을 경시해 온 도덕적 해이에 제일차적 원인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도덕은 개인이 자기를 완성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반성적인 태도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니체는 지적했었다. 우리는 세월호의 비극에서 우리사회의 도덕성 침몰을 바로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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