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상봉 목사(동대전교회)

중국 고전에 과감한 개혁 정치로 난세를 구한 ‘장거정(張居正 1525~1582년)’의 이야기가 있다.

1571년 명나라는 국가의 한 해 재정 수입을 초과하는 지출로 경제적 위기를 맞이하였다. 관리들의 탐욕과 낭비, 방대한 군비는 궁핍한 재정부담을 가중시켜 국가의 재정을 바닥나게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봉건 통치 계급의 착취행태가 갈수록 더 심각해지자 사회갈등과 모순이 첨예해졌다. 또한 농민봉기가 도처에서 일어나 화약고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이때 심지가 굳고 담력이 크며 지모가 풍부한 장거정은 1567년에 내각에 들어간 후 각종 폐단을 없애기 위해 목종에게 ‘진육사소(陳六事疏)’를 올려 정치적 식견을 인정받았으며 황상은 장거정의 세심하고 깊은 사려를 인정하고 나라를 향한 일편단심의 충성을 높이 칭찬하였다.

장거정은 이 상소문에서 행정 개혁 여섯 가지를 다음과 같이 논술했다.
1. 공론을 줄이십시오. 무릇 모든 일은 쓸데없는 헛된 말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반드시 실리를 추구해야 합니다. 하나의 일을 할 때에는 애초부터 상세하게 검토해 타당성을 헤아린 뒤에 실행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2. 기강을 바로잡으십시오. 요즘 들어 기강이 엄숙하지 않아 정사가 애매모호하게 조정되고 타협으로 처리하는데, 관직의 수여와 형벌은 공명정대해야 하고 사사로운 정에 얽매여서는 안 됩니다.

3. 조령을 중시하십시오. 어떤 일은 곧바로 조정의 조서가 시행되지 못해 십 년이 넘도록 쌓여 있습니다. 바라옵건대 명령을 각 관청에 내릴 때에는 엄중하게 기한을 정하고 책임을 물어 황상에게 보고를 올리도록 하십시오.

4. 드러난 명성과 실제의 공이 명실상부하도록 하십시오. 곧 인재를 신중히 헤아려 작위나 상을 내리고, 서울에 있는 벼슬아치와 지방에서 근무하는 벼슬아치들의 근무 성적을 신중하게 평가해 명성과 실재가 부합하도록 하십시오.

5. 나라의 근본을 공고히 하십시오. 곧 절약과 애민을 제창하고 세도가들의 겸병을 금지하고, 조세와 부역이 균등하지 못함을 청산하도록 하십시오.

6. 군비를 바로갖추십시오. 곧 군대는 근심이 적으며 도리어 약해지는 법이니 반드시 엄하게 군정을 살피어 훈련을 강화하고 변방을 견고하게 하십시오.

장거정은 여러 방면에서 개혁을 단행했다. 정치 방면에서 그는 관리의 공무 집행을 정리정돈하고 남아도는 인원을 없애며 관리들의 치적을 제대로 살피는 것을 중시했다. 그도 역시 수리 공사를 일으켰는데, 이름난 수리학자 반계순(潘季馴)에게 황하가 남하하여 회하(황허강)로 들어가는 현상이 재현되지 않도록 황하 치수 사업을 추진하도록 했다. 이처럼 장거정의 개혁은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그의 개혁은 권문세도가와 지방 토호들의 이익을 건드려 그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그때 장거정은 황상에게 사직을 청하며 아래와 같은 글을 올렸다. 

모든 직위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자리입니다. 사람들은 제가 제멋대로 권력을 휘두르며 세도를 부린다고 말하지만, 도리어 저의 직무는 바로 권위를 세워야 하는 것입니다! 만약 제가 오로지 환한 안색으로만 아랫사람들의 의견을 따른다면 어찌 나라의 막중한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공무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대권을 홀로 독차지하고 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그러자 황상은 어좌에서 내려와 장거정을 일으켜 세우며 “선생이 있어야 나라가 바르게 설 수 있습니다”라며 중상모략을 하는 무리들을 떨치고 장거정을 지지하였다.  

교단 총회를 앞두고 누가 임원으로 선출될 것인가 또는 누구를 뽑아야 할 것인가에 관심이 많다. 여당과 야당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세를 불려 국정운영에 기세를 잡으려고 전략적 지혜를 총동원하고 있다.

지도자가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공동체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지도자는 단순히 좋은 사람, 똑똑한 사람,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 공동체를 바르게 이끌어가야 할 믿을 만한 사람이어야 한다. 통찰력과 분별력과 올바른 판단력을 가진 사람으로, 결정력과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지도자로 자처하는 사람들 가운데 믿을 만한 사람이 많지 않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제 우리는 선동가가 아니라 지도자를 선택할 줄 아는 성숙한 사회를 이뤄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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