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처형 ②

십자가 처형 시 죄수는 발가벗긴 채 두 팔을 수평막대기에 묶이거나 혹 못 박힌 후 수직 기둥에 묶여 들어 올려진다. 발이 닿을 만한 곳에는 돌출 부분이 있어 몸무게를 지탱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손을 묶는 것은 하중이 아래로 쏠려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못은 발에 박히고 혹 양 손목에도 박히게 된다. 복음서는 주님의 양 손에도 못이 박혔다고 증언하는데 아마 손바닥보다는 손목이었을 것이다.

1968년 예루살렘 북쪽의 고대 무덤에서 한 유골이 발견되었는데 이 유골은 예수님 당시 즉, 1세기경의 것으로 하콜의 아들 요하난(Jehohanan ben Hagqol)이란 사람의 것이었다. 그 유골을 보면 발과 손목에 약 7인치 정도의 쇠못이 박혀 있었고 재질은 올리브나무로 밝혀졌다. 성서에는 예수님의 손에 못이 박혔다고 했는데 이는 고대인들이 손목까지를 손으로 간주했기 때문일 것이다.

예수님은 빌라도의 법정에서 채찍에 맞았다. 그 당시 유대인의 법률로는 죄인에게 39대의 채찍질을 하도록 되어 있었다. 채찍질은 보통 두 명의 병사가 가했다. 가차없는 채찍질은 출혈과 극심한 고통을 주기 위해 온몸을 벗기고 기둥에 뒤로 돌려세워 다리와 엉덩이를 묶은 후에 가사상태에 빠질 때까지 이어졌다.

가죽으로 된 서로 다른 길이의 두 가닥 채찍 끝에는 쇠붙이나 양의 뼈로 만든 작은 갈고리를 매달아 한 대의 채찍에도 살점이 뜯겨 나가도록 고안되어 있었다. 보통 십자가에 달린 자가 하루 혹은 건장한 자는 일주일 정도를 매달려 있었던 반면에 예수께서는 6시간 만에 운명하셨다는 사실은 채찍질이 얼마나 혹독했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죄수가 십자가에서 거의 가사상태에 이르면 약 20인치 길이의 갈대를 사용해 마취성분이 있는 몰약이나 쓸개즙 혹은 신 포도주나 유럽산 박하의 일종인 우슬초를 주기도 하는데 이것은 고통을 덜어주는 역할과 그가 아직 생존해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는 방법이기도 했다.

당시 십자가의 크기는 총 길이가 7피트를 넘지 않은 비교적 작은 것과 높이가 그보다는 훨씬 높은 것이 있었는데 예수께 이것이 제공되었다는 것을 보아 예수께서 지신 십자가의 크기는 약 7피트 높이의 십자가였을 것이다. 예수께서는 이것을 받지 않으셨는데 우리를 위한 죽음의 고통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지 않으시려는 이유에서가 아니었을까?

십자가 처형에서는 보통 다리의 관절을 꺾는데 이것은 죄수가 죽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관절을 꺾어버림으로 몸의 하중을 받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도 있다. 십자가에서 죽는 것은 보통 며칠 동안의 지속적인 고통이다. 피비린내는 온갖 곤충을 불러 모으고 신음하는 입속으로, 눈으로, 피가 흐르는 환부로, 노출된 모든 부분으로 몰려들어 고통을 준다. 십자가의 극심한 고통은 우선은 신체가 못에 박힌 것에서 오지만, 그것 이외의 더 큰 고통이 있었다.

의학자의 말에 따르면 우리의 호흡은 손을 가지런히 내린 편한 자세에서 가장 쉽다고 하는데 양 팔을 벌리고 발이 못에 고정된 채 시간이 지나면 출혈로 인한 탈진과 함께 숨을 내쉬기가 어려워진다고 한다. 또한 중력에 의해 몸이 아래로 쏠리면서 못 박힌 부위의 통증이 더해 가고 몸을 들어 올리려 하기 때문에 발에 힘을 주고 관절을 비틀게 되어 통증이 더해 간다는 것이다. 자연히 몸은 거친 기둥의 단면을 비벼댐으로 채찍질로 헤진 몸은 더욱 고통스러워진다. 이런 고통은 죄수를 죽음으로 이끌어 간다.

이런 극도의 고통 속에서 주님은 일곱 마디의 말씀을 하셨다. 그 고통 중에도 오히려 자신을 못 박은 자들을 용서해 달라고 기도하셨고 육신의 어머니를 걱정하였으며 함께 못 박힌 강도에게 낙원의 소망을 주셨고 인간이 당해야 할 고통을 홀로, 그리고 조금이라도 덜기를 거부하신 채 모두 당하시고 “다 이루었다"고 하셨다. 나의 구원은 그렇게 이루어진 것이다. 이 얼마나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큰 사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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