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신의 대통령 임기 첫해인 올해를 대한민국 선진화 원년으로 선포한다고 당당하게 못 박았다. CEO출신답게 연 7%의 경제성장과 GNP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강국진입이라는 747공약을 내세워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이끌어내었던 대통령은 경제발전을 통해 기필코 우리나라의 선진화를 이루어낼 것을 약속하였고 취임식장의 우리 국민들은 33차례의 박수로 화답하였다.

▨…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에 두 전직 대통령들은 신경을 곤두세웠었다. 그러나 먹고 사는 문제에 10년을 시달려 온 국민들은 새 대통령의 선진화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주고, 이태백 사오정 오륙도란 낱말을 제자리에 돌려놓게 해줄 수 있으리란 기대로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그만큼 삶이 힘들었고 더 이상은 견뎌내기 힘들다는 절박감에 우리사회는 진저리치고 있었던 것이다.

▨… 일자리 창출과 747 공약이 이루어지면 우리나라의 선진화는 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일까. 미국의 대통령 연두교서는 언제나 장밋빛 미래로 가득 차있다고 꼬집은 것은 모리스 버만(미국 문화의 몰락)이었다. 취임사라고 다를까. 우리의 장밋빛 미래를 취임사에서 확인할 수 있었고, 그래서 가슴이 들뜨기도 했었지만 선진화는 경제문제의 해결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 선진화의 최대 목표는 사람다운 삶에 있다. 선진화는 사람답게 먹을 수 있고, 입을 수 있고, 잠잘 수 있어야 함을 전제 하기에 경제의 발전은 필수요건이다. 그러나 경제발전은 선진화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강도 만난 사람을 외면하는 제사장과 레위인의 사회는 아무리 경제적인 발전을 이루었다고 하더라도 선진사회일 수는 없다. 그렇기에 선진사회일수록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강조되는 것이다.

▨… 함석헌은 생명을 생야명야(生也命也)로 파악하고 강조했었다. 삶을 명령으로 이해했던 것이다. 피와 땀을 물같이 쏟으며 할 수만 있다면 이 잔을 피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면서도 순종하는 삶을 인간의 참된 삶의 전형으로 이해했던 것이다.
삶을 바로 이해하지 못한 채 먹고사는 문제해결만 욕심 부린다면 돼지에게 던진 진주 꼴이 되지 않겠는가. 하기야 성직자들도 참 삶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자신을 향해서 조차 던지지 않게 되어버린 지가 언제인데 어떤 선진화면 무슨 대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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