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얼굴-푸블리우스 렌툴레이스

기독교는 오랫동안 예수님의 모습을 그려 왔다. 그 중 서방교회(가톨릭과 개신교)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묘사되는 모습은 대체로 왼쪽의 그림과 유사하다. 그러면 이 모습은 어디에서 유래한 것일까?

‘푸블리우스 렌툴레이스’(Publius Lentuleis)라는 보고서가 있다. 티베리우스(Caesar Tiberius, 재위 14-37 AD)가 황제로 재위하던 때에 유대지방의 로마관료였던 푸블리우스라는 사람이, 티베리우스가 예수님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자 조사하여 로마의 원로원에 보고한 편지이다.

이 보고서를 접한 티베리우스는 예수님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고, 이런 사실은 유세비우스(Eusebius of Cæsarea 260-341 AD)로 하여금, 터툴리안(Tertullian 155-220 AD)의 말을 인용하여 예수님을 로마의 신들 중 하나로 삼자는 팔레스타인으로부터의 요청을 받은 티베리우스가 그 요청을 원로원의 회의에 부치려 했다는 기록을 남기게 했다. 터툴리안(Tertullian, Apology, v, xxi)과 유세비우스(Eusebius, The History of the Church Ⅱ, 5.)의 기록에 의하면 원로원이 이를 거부했으나 티베리우스는 오히려 기독교인들을 해하려는 자는 사형에 처하겠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푸블리우스 렌툴레이스’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유대에 예수 그리스도라는 이름을 가진 보기 드물게 덕망 있는 한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유대인들은 그를 예언자로 간주합니다. 그렇지만 그의 추종자들은 그를 영원하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여기며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그는 무덤에서 죽은 자를 불러내고 말 한마디를 하거나 가볍게 만짐으로써 온갖 종류의 질병을 고칩니다.

그는 키가 크고 잘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상냥하며 외관상 성직자 같습니다. 그의 머리카락은 다른 사람과는 좀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비롭게 보일 만큼 곱슬한 머리카락은 그의 어깨를 감쌀 수 있기까지 아래로 늘어뜨려져 있고 앞가르마를 타고 있습니다. 이것은 나사렛 사람들의 유행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마는 높고 넓으며 부리부리하고 큰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뺨은 점이나 주름살이 없고 사랑스럽게 홍조를 띠어 아름답습니다. 그의 코와 입은 최상의 균형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의 턱 아래를 두르고 있는 턱수염은 머리카락의 색과 조화를 이루고 마치 포크처럼 가운데에서 나뉘어져 있습니다. 그의 눈은 밝은 청색으로 맑고 평온합니다. 순수하고 위엄 있고 남자답고 성숙해 보입니다. 신체의 비율은 가장 완벽하며 매혹적입니다. 그의 팔과 손은 보기에도 멋있습니다. 그는 위엄 있게 꾸짖고 유순하게 모임을 이끕니다. 그의 모든 연설은 말에서든 행함에서든 달변이고 대담합니다. 그가 웃는 것을 본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태도는 매우 유쾌합니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 앞에서 자주 눈물을 흘립니다. 그는 감성적이며 겸손하고 현명한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특별한 아름다움과 완전성 때문에 모든 면에서 사람의 자녀들을 능가합니다.”

푸블리우스의 보고서는 예수님에 대한 매우 흥미롭고 세밀한 묘사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 보고서가 위작일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어쨌든 우리가 예수님을 구주로 모시는 것은 그분의 외양이 아름답고 흠모할 만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사순절에 묵상하는 예수님은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어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것이 없는’(사 53:2), 그러나 사랑이 전부인 분이다. 그분의 사랑이 우리가 그분을 흠모하고 바라보게 하는 유일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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