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오디세이아의 주인공 오디세우스는 ‘트로이의 목마’ 작전을 세우는 데서 나타나듯 누구보다도 뛰어난 현명함과 결단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한 그가 10년에 걸친 오랜 여정을 견뎌내고 일행 가운데 혼자 살아남아 고향인 이타카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끈기와 자제력(enkrateia,절제) 때문이었다. 호메로스를 연구한 한 비평가가 이를 지적했다. “현재나 미래의 고통을 피할 수 있을 때마다 혹은 이익을 얻을 수 있을 때마다 오디세우스의 자제력은 부족함이 없었다”

▨… 고대 그리스인들은 지혜, 용기, 정의, 절제의 네 가지 덕목을 인간이 갖춰야 할 도덕적 가치로 꼽았다. 플라톤은 ‘국가’(Politeia)에서 시민과 국가는 이 네 가지 기본 덕목을 지녀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능력이 있다고, 힘이 있다고, 무엇이든 다 누리려고 하는 것은 결코 인간적일 수 없음을 고대 그리스인들은 직시한 것이다. 에우리피데스(Euripides)는 “절제야말로 신이 내린 가장 공평한 선물”이라고 간주하기까지 했었다.

▨… 사도 바울의 선교지가 대부분 헬레니즘 문화권인 탓이었을까. 바울은 절제를 미덕이라는 도덕적 가치의 차원을 뛰어넘어 성령의 열매라는 신앙인의 필수 요건적인 차원에서 접근하였다. 그에 의하면 절제하지 못하는 것은 사탄이 주는 시험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고전 7:5) 심지어 말세의 징표라고까지 못박고 있다.(딤전 3:3)

▨… 현대문명의 특징을 절제를 무시하는 데서부터 찾으려 했던 이는 프롬(E.Fromm)일 것이다. 그에 의하면, 인간은 만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만들어 내고 이익을 위해서는 끝없는 대량생산을 목표로 내세운다. 그 결과로 인간의 사회는 거대한 기계(megamachine)의 사회로 굴러떨어졌고 절제를 내던져버린 인간의 오만은 하나님과 맞서는 사태를 빚어내기에 이르른다.

▨… 장로 부총회장에 6명, 총무에 9명의 후보자가 난립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모두 그 직을 맡을 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고 신앙적으로 존경을 받을 만한 이력이 있는 분들이다. 절제가 성령의 열매 가운데 하나임을 모르지도 않을 분들이다. 다만, 후보가 되기 위한 결정이 심리학이 말하는 ‘거짓 확신’(알고 있다고 착각하여 내리는 결정)에 의한 것은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을 헤아려 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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