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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시론> 성지순례를 멈출 수 없는 이유
[937호] 2014년 02월 26일 (수) 19:07:03 권혁승 교수(서울신대) webmaster@kehcnews.co.kr

지난 2월 16일 이집트-이스라엘 국경지역인 타바에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하여 성지여행 중이던 한국인 3명과 이집트 운전사 1명이 현장에서 사망하고 15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타바는 이집트에서 이스라엘로 출국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국경도시이다. 이곳 타바 국경에서는 타고 온 버스에서 모두 내려 150여 미터 떨어진 출국심사장까지 각자가 개인 짐을 들고 걸어가야만 한다. 이번 폭탄테러 참사는 출국장 외곽에 버스를 정차시킨 다음 짐을 내리기 위해 문을 열어놓은 상태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시나이반도는 유럽 여러 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이다.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하는 유럽인들에게 사막으로 이루어진 시나이반도는 더 없이 훌륭한 겨울 휴양지이다. 그러나 시나이반도를 찾는 한국인 대부분은 출애굽 역사와 관련된 시내산을 방문하려는 성지순례자들이다. 그래서 시내산 이후의 행선지인 이스라엘로 입국하기 위해서는 육로로 타바 국경을 통과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 이번의 폭탄테러 참사도 충북 진천중앙교회 교인들이 교회 창립 60주년 기념 성지순례 여정 중 이스라엘로 입국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이번 이집트 타바 국경지역에서 발생한 참사를 접하면서 그 지역을 잘 알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몇 가지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첫째로, 이번 타바의 폭탄테러는 최근 이집트 내정의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하다. 이집트는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지고 국민투표로 대통령직에 오른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지난해 7월 군부에서 축출한 이후 시나이반도는 위험지역으로 부상되었다. 그것은 시나이반도에 근거지를 둔 알카에다 계열의 무장단체인 ‘안사르 베이트 알마크디스’가 무르시 대통령의 축출에 불만을 품고 군인과 경찰을 대상으로 잦은 테러활동을 자행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에도 이집트 군인들이 타고 있던 버스가 자살폭탄테러를 당해 군인 11명이 숨졌고, 지난달 24일에는 이집트군 헬리콥터가 이들의 공격으로 격추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번 참사도 이들 극단주의자들이 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여도 무고한 민간인들, 그것도 자국을 찾아온 외국 여행자들을 테러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사건은 정치적 목적을 앞세운 극단주의자들의 반인륜적인 폭거임이 분명하다. 

둘째로, 이번 참사가 발생한 곳이 오랜 갈등 관계에 있는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국경지역이었다. 이스라엘이 독립한 1948년부터 미국의 중재로 평화협정을 맺은 1979년까지 30여년 사이에 양국은 무려 4차례에 걸쳐 전면전을 벌였다. 평화협정이 체결된 이후에도 양국관계는 늘 불안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더구나 반이스라엘 정서의 무슬림형제단 지지를 받았던 무르시 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적대적인 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테러가 발생한 시나이반도는 무르시 전 대통령의 축출에 반감을 품고 있는 무장 세력들의 근거지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지역의 반이스라엘 분위기가 이번 참사와 관련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집트의 반이스라엘 정서는 김홍렬 권사의 죽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장에 계셨던 분들의 증언에 따르면, 김 권사는 테러 직후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아 버스에서 내릴 정도였는데 병원으로 이송 도중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는 것이다. 타바에서 10분 이내 거리에 있는 이스라엘 항구도시 에일랏으로 이송만 되었어도 충분히 생명은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대신에 1시간 거리의 누에바와 3시간 거리의 샬름엘세이크로 이송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다. 그것은 이집트가 이스라엘과의 긴급상황에 대한 공조체제를 유지할 수 없을 만큼 갈등의 벽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고 김홍렬 권사는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해묵은 갈등 사이에서 발생한 희생이기도 하다.

셋째로, 앞으로 우리들은 시내산을 비롯한 시나이반도 여행을 중단해야만 하는가이다. 시나이반도는 출애굽 역사 이해를 위하여 너무도 중요한 지역이다. 이스라엘이 출애굽 후 시내산에서 하나님 백성으로 언약을 맺으면서 십계명을 비롯한 언약법을 받았고 하나님의 지시를 따라 예배처소인 성막을 제작한 곳이다.

그런가 하면 가나안 입국에 실패한 이스라엘이 40년 동안 방랑생활을 하면서 호된 신앙훈련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그런 신앙전통과 관련하여 4세기 이후에는 이곳에서 금욕생활의 수도원운동이 시작되기도 했다. 실제로 시나이 사막지역을 여행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많은 신앙적 도전과 교훈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점이 여행제한지역으로 분류됨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 교인들이 시내산을 방문하려고 애쓰는 이유이다.

그러나 이집트의 정치적 상황이 안정되고 시나이반도 안에서 무장 세력의 위협이 근절될 때까지 이 지역 방문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브엘세바에서 에일랏에 이르는 이스라엘의 남부 네게브지역을 제안하고 싶다.

비교적 안전이 잘 지켜지고 있는 이스라엘 성지 여정에서 1박 정도만 더 추가하면 출애굽 때 이스라엘 백성들이 생활하였던 시나이 광야를 얼마든지 체험할 수 있다. 비록 시내산 등정이 빠지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동거리가 멀지 않고 시간과 여행비용도 절약된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성지여행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폭탄테러에서 사망자가 세 명에 그치고 부상자의 상처도 크게 심하지 않았던 것은 고 제진수 집사와 고 김진규 목사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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