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페이지 설교

포스트모던 시대의 회중은 영상에 길들여져 있고, 집중력이 짧고, 일방적인 강요를 거부한다. 확실히 전통적인 회중과는 다르다. 회중이 바뀌면 설교도 바뀌어야 한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한 인물 가운데 하나가 토론토대학의 설교학 교수인 윌슨(Paul S. Wilson) 박사이다. 그 고민의 결과 그가 설교의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4페이지 설교이다. 방식은 설교가 네 차례에 걸쳐 장면을 전환함으로 현대인의 기호에 맞춘 설교의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이 설교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본문이 이야기(사건)가 있는본문이어야하고 설교자가 능숙하게 스토리텔링 기법을 소화해야 한다. 이 설교의 첫 단계(페이지)는 본문의 갈등 문제를 추출해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처리한다. 마치 어린아이에게 동화식 구연 설교하듯 그런 감각으로 상상력을 동원해 본문의 무대를 재발견시키는 것이다.

2단계(페이지)는 본문의 문제가 이 시대에 어떤 옷을 입고 상존하고 있는가를 밝히는데 그 목적이 있다. 즉 신문기사나 통계, 개인적인 경험담이나 문학작품 등을 동원해 본문의 문제가 우리 시대에 어떤 양태로 존재하고 있는가를 밝힌다. 이렇게 설교의 절반이 문제를 제기하는 데로 모아진다는 것이 이 설교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일방적으로 해답을 주는 연역적 방식이 아니라 문제를 제기함으로 회중들로 생각하게 하는 설교를 지향한다.

3단계(페이지)에서는 두 가지 작업이 이루어지는데 먼저 1단계에서 처리한 문제 이후를 사건의 종결까지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처리한다. 그리고 그것이 갖는 신학적 의미를 해석한다. 이것이 바로 설교의 핵심메시지이다.

4단계에서는 2단계에서 제시한 오늘의 문제가 1~3단계의 성서적 문제제기와 해결구도가 보여주듯 우리 안에서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어떻게 해결되는가를 구체적인 예화를 들어 묘사한다. 중요한 것은 4단계에서 가급적이면 우리와 동일한 성정을 가진 사람이 문제를 해결하는 구체적인 예화를 소개해야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문제의 해결이 단지 성서상의 선언에서 그치지 않고 오늘도 우리 안에서 실현되고 있음을 웅변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더불어 3단계에서 설명으로 일관한 메시지 제시와 달리 회중의 집중력이 이완되는 시점을 의식하여 ‘설명'대신 예화라는 ‘묘사'의 기법을 택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 설교 방식은 성경을 전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성경적이다. 동시에 빈번한 장면의 전환, 귀납적 논리전개 등 이시대의 회중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회중 친화적이다. 특히 이 설교방식은 파노라마처럼 일련의 장면들을 적절한 시점마다 바꾸어줌으로써 회중들의 뇌리에 각인시키는 힘도 매우 크다. 다만 이야기가 있는 본문을 전제하기 때문에 모든 성경을 다 다룰 수 없다는 점은 이 설교방식이 갖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이 시대를 향해 부름 받은 설교자라면 윌슨이 제안하는 4페이지 방식의 설교를 습득할 필요가 있다. 복음의 본질은 양보할 수 없지만 설교의 형식에 대해서만은 항상 개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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