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직거래 현장·신앙 유적지서 ‘감동’

지난 9월 22일부터 26일까지 4박 5일간 농어촌부가 진행하는 ‘일본농어촌지역 방문세미나’를 다녀왔습니다.

일본의 규슈지역에서 진행된 농어촌부 연수는 나가사키의 원폭자료관, 사마바라의 기독교 박해지 운젠지옥, 구마모토 성(城)과  구마모토 푸드팔, 아소 국립공원과 분화구, 지역농산물 판매장인 아소팜랜드, 지옥온천과 유황재배지 유노하나, 오이타 농업문화공원, 후쿠오카 중앙도매시장 등을 돌아본 제법 빡빡한 일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모두들 협조하면서 여행을 한 정겨운 여정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의 일정은 세 가지 테마로 진행되었습니다. 첫째는 농산물 직거래 현장과 농촌 방문이었습니다. 백화점에서부터 지역 농산물 판매장 까지 돌아보면서 일본 정부의 농촌을 향한 관심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일본의 농민들도 수입자유화와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도로변에 휴게소와 관광객들은 물론이고 지역민들까지 함께 찾는 작은 직거래 매장들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사실 대규모의 직거래 매장을 몇개 세우기보다는 소규모의 직거래 매장을 지역마다 활성화시키는 것이 지역 경제를 살리고 지역 농민들을 살리는 효율적인 방안이 될 것입니다. 이 모습을 돌아보면서 지방회마다 직거래매장들이 활성화된다면 농촌 교회들의 자립은 가능한 일이 될 것임을 생각하여 보았습니다.
두 번째 테마는 규슈의 기독교유적을 돌아본 것이었습니다.

1549년 천주교 선교사인 프란시스 자비에르가 일본 규슈에 도착하여 일본 선교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무리한 포교전략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 등 일본의 권력자들의 오해를 사게 되어 대대적인 기독교 탄압이 시작되었고, 이로 인하여 일본의 기독교 역사는 순교의 역사로 점철되었습니다. 운젠은 화산지역으로 지금도 100℃의 물이 끓어오르는 노천 온천입니다. 이곳에 기리시탄이라 불리던 기독교인들을 던져서 죽인 곳이어서 지옥이라고 이름 붙인 곳이기도 합니다. 이들의 순교적 헌신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세 번째 테마는 온천을 통한 휴식이었습니다. 농촌현장에서 어렵게 목회를 하면서 마음 편하게 쉬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특별히 자녀들을 키우면서 박봉의 사례비를 가지고 생활을 하려면 하루하루 유지하기에도 쉽지 않은 것이 농촌 목회자들의 실상입니다. 이번 여행을 통하여 자신을 돌아보고 다른 목회자들과의 정보를 공유하며 위로를 얻고 힘을 재충전할 수 있는 것은 일약 여행을 통한 묘미라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름지기 여행에 있어서 삼박자는 가이드, 숙소, 먹거리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그 삼박자가 적절하게 조화된 여행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여행은 관광의 차원에서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그러나 ‘농어촌지역 방문세미나’라는 차원에서는 좀 아쉬운 점이 있었음을 지적하게 됩니다. 먼저 모임의 성격이 모호하였습니다. 일정표에는 방문세미나라고 기록되어 있었지만 일본 현지의 농민이나 유통관계자, 혹은 적어도 농업 관계자가 일본농촌의 현황에 대하여 설명하는 시간이 없었습니다. 

둘째로 모임의 주제의식이 희박하였다는 점입니다. 알림에는 농어촌지역을 탐방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어촌지역은 일정에 없었고 농촌지역이라고 해도 전문적인 지역 탐방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쌀농사, 밭농사, 과수, 원예, 축산 등을 좀 더 전문적으로 돌아볼 수 있도록 일정이 짜여야 할 것입니다. 또 특정 농촌지역과 연결된 직거래 판매장을 연계하여 돌아볼 수 있는 여행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농촌탐방을 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차제에 농어촌부의 위상을 강화하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현재 농어촌부로는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일을 추진하기에는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전문 간사제 도입도 필요합니다.

이번 일본은 그 첫걸음으로서 아주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앞으로 위에서 제시한 아쉬움을 극복하고 선교 2세기를 더욱 알차고 보람 있게 만들어가는 농어촌부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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