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집트에 있는 성서유적지를 찾은 한국인 관광객이 테러를 당했다. 사망자들을 애도하며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통하여 ‘성지여행'에 대한 포괄적 재검토와 함께 미국이 시작한 테러와의 전쟁, 종교다원사회 속에서의 선교에 대한 성찰을 촉구한다.

외교부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2월 16일 시나이반도를 여행 중이던 한국인 관광객 버스에 폭탄테러가 발생했고, 한국인 3명을 포함해 5명이 죽고 10여명이 크게 다쳤다. 테러가 발생한 이집트는 3년 전 무바라크 정권이 축출된 후 정치와 사회가 안정되지 못하고 치안 공백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테러도 이러한 혼란 상황에서 발생한 것으로, 테러 집단은 정국을 더욱 혼란스런 상황으로 몰아가기 위해 테러를 자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건 직후 정부는 대책반을 급파하였고 많은 단체들이 테러에 대한 규탄과 애도와 함께 여행자의 안전 확보 등을 이집트 정부에 요청하고 나섰다. 하지만 인터넷에선 ‘여행제한 지역' 방문 등을 이유로 기독교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유가족과 기독교계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관련 보도에서 확인되듯 시나이반도는 우리 정부가 여행제한 구역으로 선포한 곳이다.

그러나 시내산이 있는 시나이반도는 모세가 하나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은 곳으로 기독교의 대표적 ‘성지순례 여행지' 이기도 하다. 여행제한지역을 방문한 것이 잘못이고 그 책임은 방문자에게 있다고 해도, 평생 한번 뿐인 여행에서 최대의 효과를 위해 이번 여행 코스가 마련된 점을 이해해야 하며, 지금은 비난을 자제하길 요청한다.

일반 사회의 비난을 열외로 하더라도 여행제한 지역으로 선포된 곳에 일반 성도를 가도록한 것은 재고해야할 문제다. 과거 성서 유적지 방문은 목회자를 대상으로 한 연수와 훈련을 목적으로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목회자 뿐 아니라 일반 성도들까지 방문케 하고 있고, 매년 대규모의 인원이 성서 유적지를 찾고 있다. 그러나 성서 유적지 상당수가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 위험에 노출돼 있는 곳이다. 목회자들은 기존 방문 코스가 불가피하더라도, 기독교계와 관련 여행업계는 지금이라도 일반 성도들에게 맞는 여행 코스를 개발해야 한다. 그것이 이번 사태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테러 위협이 모두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종교간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테러의 근원적인 이유를 제거해야 한다. 세계는 9.11테러와 이에 의해 촉발된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으로 테러 위협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아랍의 봄'으로 대변되는 이슬람권 국가의 민주화 운동과 강경 이슬람주의 세력의 등장은 정국을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으로까지 몰아넣고 있다. 테러를 막기 위해서는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분으로 확전으로 치닫는 작금의 상황을 종료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당사국들의 평화쟁취 노력과 함께 종교 간의 대화와 사회 안정을 위한 공동의 협력이 절실하다.

이미 우리는 단일종교 사회가 아니라 다종교 사회에 살고 있고, 몇 개의 주도적 종교가 영향력을 발휘하고 지역 간의 대립이 현실화된 종교대립 사회에 살고 있다. 자신의 종교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 믿음과 신념도 중요하지만, 이웃 종교와 관계를 형성하고 함께 공통의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 과제도 중요하다. 기독교가 영혼구원을 어느 종교보다 강조해 왔기에 이를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타종교에 대한 예의를 지키면서 문화적 차원에서 변화를 일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사회적 종교로서 종교 일반의 문제와 사회 일반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시도에도 더욱 힘써야 한다. 이것이 다종교 사회를 이끌어가는 기독교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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