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12년 간 필사한 성경전서 7권

김일환 장로는 평생 교회에 충성하며 신자들에게 그리스도의 빛과 향기를 많이 끼쳤고, 선한 영향력도 많이 끼쳤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큰 유산은 크게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다. 하나는 그가 필사한 성경전서 7권, 또 하나는 그의 자녀 8명과 손주 17명이다.

그는 평소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지 못했음을 늘 아쉬워하다가 남은 생애를 주의 말씀을 필사하면서 마지막으로 주시는 은혜를 받기로 작정했다. 그는 평소 사용하던 벼루와 먹, 붓도 있었고, 또 문방구에서 파는 먹물도 있었지만 다 버린 후, 새로 장만하기로 했다.

거룩한 하나님의 말씀을 필사하기 위해서 새로운 먹과 붓 그리고 고급 화선지를 새로 샀다. 성경의 필사도 옛날 서기관들처럼 하나님의 거룩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는 필사하기 전, 샤워부터 하고 기도드린 후 정성을 다해 먹을 200번씩 갈고서야 필사하기 시작했다. 그의 필사는 그야말로 하나의 기도였고, 하나님께 온전히 드리는 예배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옛날 서기관들이 거룩한 하나님의 말씀을 필사할 때처럼 그런 경건한 몸과 마음으로 정성을 기울였다. 그 결과 보통 신구약전서를 한 권 필사하는 데 18~20개월이 소요되어 12년간 모두 7권을 필사한 것이다. 거룩한 작업이었다. 각 권의 필사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차 필사본(1997.2.6.~1998.5.11. -486일간 1316장):북교동교회에 기증, 제2차 필사본(1998.6.1.~1999.11.30. -547일간 1827장):이의숙 권사에게 기증, 제3차 필사본(2000.1.1~2001.5.5. -489일간 1733장):3남 김문기 목사에게 줌, 제4차 필사본(2001.6.1.~2002.12.6. -554일간 1189장):총회본부에 기증, 제5차 필사본(2002.12.7.~2004.10.13. -676일 간 중국현대문, 2523장:중국단동교회에 기증, 제6차 필사본(2004.10.13.~2006.12.23. -801일간 2249장:그의 신앙동지들에게 기증, 제7차 필사본(2007.1.1.~2009.8.15. -1124일간 1999장:1912년 상해발간 중국성경: 4남 김명기 목사에게 맡겨 앞으로 중국선교에 의미 있게 사용하도록 부탁했다.

김일환 장로는 남은 생애를 오직 하나님의 말씀을 필사하다 죽기로 각오했다. 그래서 이 땅에 하나님이 그에게 은사로 주신 필사의 능력을 다해 성경을 남길 것을 기도하다가 그가 만 75세가 된 1997년부터 시작하여 2007년 85세가 될 때까지 계속한 것이다.

그는 평소 매우 부지런해서 은퇴 후 조상이 살던 해남의 집에서 살며, 주일은 북교동교회는 물론 전국적인 초청행사에 반드시 참석했다. 그렇게 주일이나, 출장 가는 시간을 빼고는 집에서 기도하며, 무려 12년 동안 필사했다. 필사를 하면서 새로운 말씀에 은혜를 받고 감격하기도 하였다. 그 덕분에 치매는 멀리 달아나고, 정신은 더욱 맑아져 몸도 마음도 쾌활한 멋진 신앙인이었다.

그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기다리듯 말년을 경건하게 보내다가 90세가 된 2011년 12월 9일 잠을 자듯 조용히 하늘 아버지의 품에 안겨, 교회 큰머슴의 사명을 완수했다. 착하고 충성된 종이었다. 그가 1975년 총회 부총회장을 지냈기에 총회장(葬)으로 북교동교회에서 장례를 거행할 때 전국에서 원로급 인사들이 많이 와서 애도하고 조문했다. 장례식 후, 그는 고향 해남군 산이면 가족의 선영에 신앙인 조부로부터 3대가 나란히 안장되었다.

또 그의 남은 자녀들은 6남(용기, 창기, 문기, 명기, 정기, 완기) 2녀(정민, 연숙)가 있으며, 특히 성직자로 김문기 목사(평택대 교수), 김명기 목사(목포 팔복교회), 사위 박승엽 목사(김연숙 사모)가 있으며, 손자 손녀 17명이 믿음으로 성장하여 믿음의 5대를 잇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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