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대통령들은 취임식에서 반드시 왼 손을 펼쳐진 성경 위에 얹고 오른 손을 들어 헌법에 명시된대로 선서한다. 대부분의 미국 대통령들은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했던 것처럼 헌법에는 없지만 관례가 되어버린 한 문장을 선서에 추가한다. “…선서하오니, 하나님이여 나를 도와주소서(I swear, so help me God).”

▨… 취임 선서의 이 마지막 문장 때문에 미국의 대통령들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신앙을 소유한 자로 오해되어지는 경우가 우리나라 교회의 강단에서는 왕왕 있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신앙인의 표상으로 많은 설교의 예화 가운데 등장하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카터나 레이건, 심지어는 조지 W. 부시까지 신앙적 위인으로 그 이름이 들먹여지는 것은 기와집이면 다 사창(社倉)이라는 것인지, 어이없어지기도 한다.

▨… 물론, 대통령 선거전 당시엔 카터나 레이건, 부시 모두 자신들이 ‘중생한 크리스천’임을 드러내놓고 선전했다. 그러나 촘스키(N. Chomsky)에 의하면 저들은 표를 의식했을 뿐이었다. 촘스키의 성향이 워낙 반 부시적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부시는 종교를 믿지 않았다는 촘스키의 지적은 신앙의 고백과 그 실천의 일치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새삼 우리에게 일깨워 주는 일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라는 단체가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라는 것을 조사해서 발표했다. 한마디로 기독교에 대한 한국사회의 신뢰도는 부끄러울 지경이라는 것이다. 가톨릭이나 불교에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오늘의 교회는 신뢰도를 운위할 수준조차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회를 신뢰한다’가 겨우 19.4%에 머물러 있음이 이를 나타내 준다.

▨… 한국교회의 위상이 왜 이렇게 곤두박질해버렸을까? ‘예수쟁이’라면 그래도 믿을 만한 사람으로 간주해주었던 때도 있었는데…. 관례를 따른 선서의 한 구절을 신앙고백으로 받아들이듯 신앙인이라는 타이틀 대량생산에만 정신이 팔려 교회의 본질은 내동댕이쳐버린 것일까. 송충이가 갈잎을 먹으면 죽는다는데 오늘의 한국교회는 어쩌자고 대형화, 대량생산이라는 자본주의 기업들의 목표를 베끼기에만 급급하고 있는 것인지 안타깝다. 신앙은 형식보다 내용이라고 그분은 말씀하고 계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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