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기초단체 공천 폐지 대선 공약을 철회할 것 같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신년기자회견에서 기초공천 폐지는 위헌임을 강조했다. 2003년 헌법재판소가 기초 공천 폐지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 평등원칙 등을 침해하므로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수차례 선거를 치렀는데 지금 와서 위헌 운운하는 것은 이현령비현령이요 자가당착이다.

기초공천 폐지는 새누리당의 2012년 대선 공약이었다. 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의 폐해는 국회의원들 자신이 너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당공천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지역 국회의원 개개인이 공천권을 가지고 있다. 지방자치의 무용론까지 나오면서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는 국회의원들의 공천장사다.

돈을 주고 공천받아 단체장이 되고 지방의원이 된 사람들이 제 역할과 기능을 잘 할 수 있을까. 아마 본전 생각이 날 것이다. 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된 후 이 같은 일은 반복되어 왔다. 우리는 여당과 야당이 언제나 논란의 평행선을 달리고 있음을 잘 안다. 기초단체 정당공천에서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정당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정했다면서 밀어붙이고 있으나 새누리당은 꽁무니를 빼고 있다.

공천폐지의 위헌성을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으면서 잡다한 지방선거 제도개혁안들을 내놓고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 자치단체 파산제, 단체장의 2선제한제, 특별시·광역시의 구의회 폐지, 도 산하 시·군의회의 소선거구제 등 안이 많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기초 공천폐지 대선공약을 뒤집는 물 타기라며 극구 반대한다. 황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내용 중 눈이 가는 대목이 있다. 국회의원이 출판기념회를 빌미삼아 정치자금법의 규제를 피해 거액의 후원금을 편법으로 챙기는 비정상 행위를 없애기 위한 제도정비와 입법자료 수집을 위한 해외출장을 이유로 외유를 즐기며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거나 기업에 후원금을 강요하는 폐단을 근절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지방정치인들에게도 적용돼야 할 국민 모두가 바라는 바다.

6.4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여야가 기초단체 공천폐지를 두고 아웅다웅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보이기 위한 표정관리요 시간 끌기 작전이란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솔직히 말해 여야 국회의원들 중 그 누구도 공천 폐지를 찬성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크게는 지방선거의 승리를 위한 계책이고 작게는 국회의원들의 공천권 유지라는 것을…. 설사 이번에 선거법이 개정되더라도 6.4 선거에 적용되지 못한다면 법 개정을 서둘 필요가 없다. 좀 더 시간을 두고 깊이 있는 개혁안을 만들어야 한다.

여야 가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새누리당 황 대표가 제시한 국회의원들의 윤리강화 문제를 함께 당론으로 정하고 국회의원 모두가 동참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변화를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오는 지방선거에서 어느 당이 우세할까. 안철수 신당이 변수가 될 것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안철수 당에 대한 평가를 낮게 하지만 국민정서로 볼 때 다소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신당에 대한 어느 정도의 기대는 있을 것이다. 기존 정치권에 너무 질린 이유다.

이래저래 정당공천 폐지는 물 건너간 것 같다. 자치부활 23년이 된 지금도 중앙정치권의 입맛에 맞도록 지방자치가 재단되고 있다. 여야는 안할 것을 뻔히 아는 정당공천 폐지 논란 빨리 잠재워라. 지방자치는 민주주의 뿌리다. 어설픈 법 개정으로 지방자치에 누더기 옷을 입힐 생각 하지 말라. 지방자치제는 국회의원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이 아니다. 국민들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기독교인들은 어떤가. 사시적이고 편협된 사회관으로 우리 모두를 먹칠하는 행태를 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아 걱정이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마 6:33)는 말씀을 되새기며 신앙인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정도를 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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