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일러 일사광음(日射光陰)이라더니 벌써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한 해를 맞았다. 돌이켜보면 지난 한 해는 정치, 경제, 교육, 종교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격동의 한 해였다. 법과 원칙이 실종되고 물질이 우상화되고 방종과 쾌락이 거세지고 인명경시 풍조가 증폭되는가 하면 늘어나는 실업률에 부정부패와 거짓과 위선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었다.

또 대외적으로는 북한의 핵이 우리의 머리맡에 있고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과 중국의 일방적인 반공식별구역 선포 등 동북아 정세를 비롯한 국내외 사정이 이러함에도 정치권은 국정원 댓글사건을 비롯해 2007년 남북 정상 간 녹취록 실체여부, 교학사 교과서 채택 여부를 놓고 싸움판만 벌이더니 이어 대선불복, 정권퇴진론까지 들먹이는 현상은 마치 조선 말기 악령들이 어정거리는 듯 하며 나라의 앞날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큰 문제는 한국교회이다. 교회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어가고 있어 자칫 유럽교회의 전철을 밟지나 않을까 우려되는 현실이다. 어느 시대나 교회가 교회로서 기능을 상실하고 의인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 나라의 미래는 어두웠다. “인자야 내가 너를 이스라엘 족속의 파수꾼으로 세웠으니 너는 내 입의 말을 듣고 나를 대신하여 그들을 깨우치라.” 시대의 부름받은 사명자들은 망루를 벗어나지 말고 책무를 잘 감당해야 할 것이다(겔 3:17~18).

갑오(甲午)년이라고 청말, 백말만 찾지 말고 아직도 유효한 발람을 책하던 나귀의 방울소리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독일의 사학가 랑케는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국토의 크기나 인구에 비례하는 것이 아닌 그 나라의 건전한 정신(기독교적 사상)에 달려 있다고 했고, 영국의 토인비 박사는 지상의 문명 모든 배후에는 하나님의 섭리가 배어 있으며 인류 역사의 문명을 빛낸 민족은 반드시 세 가지 공통된 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첫째가 진실한 국민성이요, 다음이 국민의 굳건한 단결력이요, 세 번째가 부지런히 일하는 것이다.

잠언의 기자는 “성읍은 정직한 자의 축복으로 인하여 진흥하고 악한자의 입으로 말미암아 무너지느라”(잠 11:11)고 하였다.

인간세계의 모든 문제의 해결은 인간의 잣대로서가 아니라 역사의 원천이신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새롭게 변모된 회복에서만이 찾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성경에서는 묵은 땅에 파종하지 말고 마음밭을 갈고 여호와의 기호를 시온에 높이 세우라고 하셨다.

사도 바울은 “모든 가능성을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 4:13)하며 유혹의 욕심을 따라 썩어가는 구습을 좇는 옛사람을 벗어버리고 오직 심령이 새롭게 되어 하나님을 따라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지음을 받으라 했다.

이제 교회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며 하나님 나라의 의를 이 땅에 실현하고 그늘진 사회에 희망을 심는 데 노력해야 한다. 또 정체성 회복과 예언자적 사명으로 본질을 바로세우고 이념과 갈등으로 양극화된 분열과 대립을 정의, 화해로 변화시키기 위해 힘을 써야 한다.

이 밖에 섬김과 나눔을 주된 삶으로 갱신하여 일치와 연합으로 낡고 고질화된 틀에서 새롭게 변모해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 성령의 권고를 따라 부지런히 새 것을 잉태해야 한다. 이 해에는 기독교가 이 민족의 지도이념으로 본분을 다해 나라를 구원하는 새 역사 창조에 계기를 마련하는 동력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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