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헌법이 잘되어 있다고 한다. 형법, 민사법 등 모두 것이 체계가 있고 조목조목 잘 짜여 있다고 해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배워간다는 말을 들었다. 법도 수출 품목의 하나가 되어가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속쓰린 부분이 없지 않다. 법이 잘되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가 복잡하고 얽히고설킨 문제가 많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법망을 피해 빠져나가는 자들이 있으니 법령도 많아지고 조항도 복잡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리더십 학자 존 맥스웰(John Maxwell)은 서로서로 축하하고 축복하는 사회가 건강하다고 강조한다. 축하하고 축복하는 일이야 특정한 법령이 필요 없을 것이다. 법 조항을 들이대며 따질 것이 아니라 덮어주고 감싸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순진한 생각을 해 본다.

사회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요즘은 교회 안에도 고소 고발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분들이 서로 사랑하라는 주님의 가르침을 잊었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소장에 도장을 찍어야 하는 심정이야 오죽했겠는가 싶다. 알게 모르게 깊이 파인 상처가 있겠지만 하루 빨리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다.

1980년 말, 서울의 한 교회에서 부목사로 섬긴 적이 있다. 60세가 넘은 목사님께서 부흥회 강사로 오셨다. 목사님으로부터 집회 기간 걸어 다닐 수 있는 숙소를 잡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당시 교회 주변으로는 호텔은 물론 깨끗한 모텔 하나 없었다. 그 대신 허름한 여관이 하나 있었는데 욕실에는 욕조는커녕 세면대도 없었다. 온수와 냉수가 나오는 수도꼭지 두 개, 그리고 빨간색 플라스틱 대야가 전부였다. 침대는 있었지만 상태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목사님은 좋다고 말씀하셨다.

집회 둘째 날 아침, 전해 드릴 것이 있어 방에 올라갔다. 환기가 되지 않아 방안에는 온통 습기가 가득했고 늦은 가을 조금씩 차가워지는 날씨에 유리창은 서리가 끼어 하얗게 덮여 있었다. 목사님께서는 커튼을 젖히고 유리창에 뭔가를 쓰고 계셨다. “복 많이 받으세요!" 이 말을 목사님께서는 밖에서 볼 수 있도록 적어 나가셨다. 여관 2층 유리창을 누구 하나 볼 것 같지 않은데도 목사님은 꽤 진지하셨다. 아침을 먹으면서 목사님께서 입을 여셨다.

“목사는 말이야, 언제 어디서든지 사람들을 축복할 수 있어야 하는 거야. 성도들은 말할 것도 없고. 목사가 축복하는 일을 소홀히 여기면 안 돼! 목사가 성도들을 공격하면 목사가 아니야."

날씨가 추워지면서 유리창이 하얘지기 시작하면 그 목사님이 생각난다. 속옷 차림으로 하얀 수건을 목에 두른 채 동네 사람들을 축복하며 해맑게 웃으시던 목사님, 목사님께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지도 많은 시간이 지났다. 하나님 나라에서 얼마나 멋진 상을 받으셨을지 궁금하다.

새해가 되면 목사는 성도들이 봉헌한 신년서원예물에 적힌 성도들의 기도 제목을 읽는다. 어떤 분은 건강을 위해, 어떤 성도는 자녀들을 위해, 혹은 사업을 위해, 또 믿음의 성장을 위해 얼굴이 다르듯이 기도 제목 또한 다양하다. 누구는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68kg이 되는 것을 제목으로 적었고, 반대로 어떤 이는 살이 쪄서 58kg이 되는 것을 기도 제목으로 올려놓기도 했다. 아예 “하나님, 아시지요!"라고 적어낸 성도도 있다. 기도 제목을 읽으며 성도들을 축복한다. 

맥스웰은 “누구라도 친구의 아픔에 공감해줄 수 있지만 친구의 성공에 공감하려면 매우 훌륭한 성품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친구의 성공에 공감하기 위해 훌륭한 성품이 요구된다면 친구의 성공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선한 믿음이 있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믿음이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고자 하는 열정과 결단을 의미한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이 없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 하셨으니 그렇게 하는 것이다. 이웃을 위해 복을 빌라 하셨으니 이웃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다. 원수까지도 사랑하라 하셨으니 제대로는 못해도 흉내라도 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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