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새롭게 시작되었다. 한해가 시작되면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라는 말이다. 나이가 이제 60이 되니 새해가 될 때마다 이 말을 많이 하게 되고 또 듣게 되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또 듣게 될 때마다 거부감이 일어나는 마음은 왜일까?

교회에서 약 200m 정도 떨어진 곳에  주유소가 있다. 가깝기도 하지만 가격도 싸기 때문에 사장과 직원들에게 전도도 할 겸 단골 주유소로 정하고 애용한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주유소에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글 내용인즉 ‘주유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내용이다. 안 그래도 항상 이 말을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장난기가 발동했다. 주유를 하고 사장에게 말을 건넸다.

‘사장님 이제 현수막 글대로 주유했으니 복 주세요. 그것도 많이.’사장이 어이없어 하며 당황한다. 복을 자신이 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이 주유소를 많이 이용해야 자신들도 살아가기 때문이다. 오히려 고객들이 이 주유소에 물질의 복을 안겨 주는 것이다. 그런데 글 내용대로라면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그래서 한 마디 더했다. ‘사장님! 사장님이 복을 줄 수 없다면 정직하게 이 현수막을 떼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라고….

새해를 맞이하여 많은 사람이 덕담이라는 구실로 주지도 못하는 복을 받으라고 한다. 하기야 나 자신도 이런 말을 하는 자들에게 올해는 곱빼기로 받으라고 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이것은 아닌데…. 새해에는 말도 엄선해서 하며 말 자체에도 좀 정직해지자. ‘새해에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을 받기를 원합니다’라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을 마치 자신이 주는 것처럼 마음 넓게 인심(?)쓰는 일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교회가 도로변에 있다 보니 한해에도 많은 사람이 교회를 찾아와 (아니 목사를 찾아와) 교통비나 식대를 요구한다. 그것도 최하 5000원이다. 교회를 건축하고 아직 부채가 남아 있어 전도도 쉽지 않은데 그들이 요구하니 안 줄 수는 없고, 주자니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만족하게 다 줄 수도 없고. 그래서 배가 고프면 길 건너에 있는 교인 식당에서 교회 이름을 대고 된장찌개를 잡수시고 가시라고 한다. 그러면 투덜대면서 욕을 하고 간다. 교회가 인색하다고, 또 쩨쩨하다고. 건물은 좋은데 돈 5000원이 없느냐고.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하나님 앞에 송구스럽다. 물론 예수님께서도 세상의 요구를 다 들어주지 않으셨기에 위로를 받지만 그래도 이것은 아닌데….

예수님이 친히 말씀하신 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는 말씀을 알기는 하는데 줄 것이 있어야지. 받아가지 못하는 그들도 안됐지만 주지 못하는 자의 아픔을 그들이 알 것인가?

달라고 요구하는 그들에게 나는 무엇을 줄 수 있느냐고…. 구하는 자에게 주며 꾸고자 하는 자에게 거절하지 말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셨는데, 알면서도 줄 것이 없는 시골 목회자의 아픔을 누가 알 것인가? 손이라도 잡아주고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라도 해 주고 가장 귀한 복음을 전해 주면 되지 않겠느냐고 스스로 위로해 보지만 이것은 아닌데….

요양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연세 많은 권사님들이 집에 가고 싶다고, 그래도 목사님이시니까 어떻게 해 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떼를 쓰신다. 아! 예수님의 능력이 없는 목회자의 아픔이여….

바라기는 2014년 새해에는 나 자신을 포함해서 성결교회 모든 동역자들이 요구하는 자들에게 줄 것이 있는 한해가 되기를 위해 강단에 엎드려본다. 하나님께로 풍성히 받아서 인색함이 없이 넉넉히 베푸는 한해가 되게 해 달라고. 주여 허락하옵소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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