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건축도 ‘소통·공감’ 있어야
얼마 전 신문을 읽다가 눈에 띄는 제목을 보았다. “빚더미에 앉은 교회 늘어” 제목만으로 내용이 짐작되었다. 이런 기사를 접할 때 마다 가슴이 먹먹해지며, 조용히 자문해 본다. ‘우리에게 교회 건축은 무엇이며, 그 교회들은 왜 무리할 수 밖에 없었는가?’
교회 건축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얼마 전 건축한 송현 교회 교육관도 필요하다는 생각은 약 20여년 전부터 있었지만, 생각일뿐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 그러던 중 2010년 연말 당회에서 교육관 건립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물론 금융 위기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도 있었으나, 하기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신년 사무총회 때 정식으로 결의 되어 건축을 위한 첫 걸음을 시작하였다.
교회 건축을 위해 가장 먼저 건축 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원론적인 얘기이지만, 교회 건축은 헌신할 분들이 참여하여야 한다. 전문가로서 헌신할 분이 참여하면 더욱 좋을 것이나 대개의 경우 이들은 생업도 바쁘다. 아무리 유능한 전문가라 할지라도, 교회 건축에 깊은 고민이 없으면, 즉흥적인 판단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문가로서 헌신할 분이 최선이고, 헌신할 분들이 참여하는 것이 차선이다.
우리는 소수의 인원으로 결정하여, 위원장 포함 4인으로 하였다. 소수 인원이 감당치 못할 특별한 건이 있다면, 그 때마다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방향으로 해결키로 하였다.
그리고, 건축위원회 내부적으로 아래와 같은 내용의 운영 지침을 마련하였다.
첫째, 건축 헌금은 단 1원도 건축 외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당연하지만, 회의를 위한 식대, 출장비 등등의 금액조차 건축헌금은 사용치 않고, 위원들 스스로 자비량으로 해결키로 하였고, 실제 그렇게 하였다.
둘째, 성도들을 건축 이해당사자로 참여시키지 않는다. 교회 내에 건축 관련 일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그 분들의 도움도 필요할 수 있지만 이해 당사자로서 참여는 배제하였다.
셋째, 별도의 자문위원회를 두기로 하였다. 앞에서 언급하였지만 건축위원수가 소수이다 보니, 자금 대출, 인허가, 방송 및 음향, 조명, 인테리어 등 전문가의 도움도 예상되어 필요시 마다 초빙, 운영키로 하였다.
넷째, 소통을 원칙으로 하였다. 관련 정보는 물론, 개인적으로 알게된 내용이라도 목사님을 포함, 다른 건축위원들과 직접 의견 교환 또는 수시로 이메일 공유하였다. 그 외에도 건축위원들은 수시로 최근 준공된 교회들을 방문하고, 교회 건축 관련 세미나에도 참석하는 등 외부 활동도 병행하기로 하였다.
건축물을 어떻게 만들고, 어떤 공간이 필요한지 결정하는 주 요인은 목사님의 목회 방침과 교회가 운영할 프로그램의 내용이다. 우리의 경우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시설로 결정하였으나, 어느 정도의 규모로, 어떤 시설물이 필요한지 미정된 상태였다.
우선 담임 목사님과 개별 면담을 통하여 필요한 공간과 시설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고, 목사님께서는 별도로 서면으로까지 의견을 주셨다. 이후 성도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하였다.
과거 교회 건축은 목사님이 결정하면 모든 성도들은 따라가는, 이른바 상명하복(上命下服)이 대세였지만, 우리는 성도님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비록 시간이 더디 걸리며, 필요 이상의 의견이 나와 번거롭다 할지라도, 올바르다 판단하여 진행하였다.
그리고 목사님과 성도님들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 부지 내에 법적 최대 규모로 짓되, 마감 수준은 중간 등급으로 결정하고 금액을 산출하니 약 70억원에 달하였다.
소요 비용이 결정되었으니, 이제 조달 방법을 찾아야 했다. 대부분 건축 부흥회를 개최하고, 강사님을 통해 각자 금액을 써 내도록 하는 방법을 채택한다. 하지만 분위기에 편승되어 무리하게 약정하기도 하고, 약속을 못 지키면 마음의 부담을 평생 가지시는 분들도 있기 마련이다.
이런 점을 막고자, 성도님들의 자율에 맡기기로 하였다. 몇 주에 걸쳐 무기명 건축헌금 약정 봉투에 개인이 낼 수 있는 건축 헌금액과 언제 낼 수 있는지 지급 시기만 명기토록 부탁하였다.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겠으나, 약정된 헌금보다 실제 납부된 금액이 2배에 달하였다.
아무튼 약정 헌금만으로 부족하여 대출을 진행하였는데, 대출 금액은 우리 교회 1년 재정 범위로 하여, 차후 이자 등의 곤란을 최소화 시켰다. (보통의 건강한 교회는 일년 예산의 2배 규모는 감당할 수 있다고 본다)
헌금과 대출금을 합하더라도 목표 70억원에 미달되어, 부득이 건물 규모를 줄이기로 하였다. 지상 5층을 3층으로 줄여 총 예산 50억원 범위 내에서 하기로 결정하였다.
단, 현재 3층으로 하더라도, 추후 증축을 대비하여, 기초 등을 포함한 골조는 5층이 가능토록 하였다. 이렇게 우리는 우리 형편에 맞게 시작하였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