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는 옛것이 끝나고 새것이 시작되는 날이 아니라 그저 시간 흐름의 한 기점일 뿐이다. 주위를 돌아보면 우리는 새해에도 오래도록 쌓여온 문제 속에 서 있다. 이 시대는 자신의 입장과 생각을 당당하게 표현하고 주장하는 것이 보장되었다고는 하지만 어디를 가나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피력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한국의 정계나 교계가 분열과 대립이 심화되는 것도 바로 그러한 원인에서 찾을 수 있다.

성경은 말씀한다.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엡 2:14). 우리 주님은 유대인과 이방인이 양쪽으로 갈라져 있는 것을 하나로 만드신 분이다. 그분은 자기 몸으로 갈라진 담을 허무셔서 원수된 것을 없애셨다. 여러 가지 법조문으로 된 계명의 율법도 폐하셨다. 죄로 분리된 하나님과의 관계를 하나로 이어주셨다. 인간과 자연을 하나로 이어주셨고, 남성과 여성, 의인과 죄인, 예루살렘과 사마리아,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를 넘나들면서 소통의 틈을 만드셨다. 주님은 그렇게 갈라져 있는 모든 것을 하나로 만드신 분이다.

우리는 화평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몸을 허물어 버린 예수님처럼 내 생각과 나의 몸을 허물고 주님의 생각에 복종해야 한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무거운 마음을 느끼는 것은 바로 둘로 하나를 만드신 우리의 화평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답답한 문제를 해결하시기 위해 2000년 전에 우리를 위해 자신의 육체를 허무심으로 우리의 문제 속으로 들어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 생각과 마음의 문을 열고, 그 생명의 숨결을 호흡하면 저절로 매듭이 풀리게 될 것이다.

우리는 내 생각을 따라 살아가는 것에 오랜 세월 길들여져 있다. 내 생각에 복종하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당면한 모든 문제는 바로 내 생각대로 몸을 움직여 사는 것에 있다. 생각은 말을 낳고, 말은 행동을 낳고 행동은 습관을 낳는다고 했다. 자기 중심적인 사고가 잘못된 행동을 낳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주님의 생각은 달랐다. 하나님을 예배하고, 모든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을 먼저 생각하셨다. 자신의 안위보다는 이 땅을 잘 가꾸고 잘 다스리는 것에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세상과 돈을 섬기고 있다. 물질과 권력을 우상화하고 있다. 다스려야 할 땅을 착취하고 파괴하고 있다.

새해는 둘로 하나를 만드사 갈라진 자신의 몸으로 막힌 담을 허무신 예수의 뜻을 우리의 삶에서 행동으로 나타내야 한다. 이제는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압박하는 일도 없고, 배운 사람이 못 배운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일도 없고, 힘 있는 사람이 힘 없는 사람을 억압하지 않고, 도와주면서도 자랑하지 않고, 도움을 받으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 주님은 지역의 장벽, 이념의 장벽, 세대의 장벽, 계층의 장벽, 남녀의 장벽, 종교의 장벽, 문화의 장벽을 무너뜨리시고, 모두가 더불어 잘사는 세상을 꿈꾸셨다. 이제 우리들이 그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주님이 주시는 힘으로, 성령님의 능력으로 이 위대한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성경은 “너희 관용을 모든 사람에게 알게 하라 주께서 가까우시니라”(빌 4:5)고 권면하고 있다. 관용은 온유함이고 배려이다.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나의 감정이나 입장을 앞세우지 않고, 다른 사람을 배려해줌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우리 주님은 우리들의 공동체가 조화로운 공동체가 되길 원하신다.

우리 모두 새해에는 중보자가 되고 촉매제가 되어 미워하던 사람들이 화해하고, 싸우던 사람들이 사랑하며, 원수도 죄인도 친구로 변하는 놀라운 역사가 일어나길 바란다. 머지않아 새로운 봄이 오고, 얼어붙었던 대지도 녹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 서로를 인정하고 배려하여 주님이 원하시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자. 우리 모두 성령님이 하나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는(엡 4:3) 새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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