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의 완성

신학을 전공한 이들에게 학업 중 가장 힘들었던 과목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거의 대부분은 성서 언어 즉 히브리어나 헬라어를 꼽을 것이다.

학업을 마치기 전 구약과 신약을 모두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언어 모두를 마스터해야 하지만 하나만 겨우 끝내도 다행일 정도이다. 그런데 이 두 언어 모두를 능통하게 다루는 구약 학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구약의 완성이 신약이요 신약의 뿌리는 구약이기에 각각의 언어로 성서를 이해하고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성서신학의 트렌드도 역시 구약과 신약의 소통이다. 기독교인 중에 구약은 유대인을 위한 말씀이요 신약만이 기독교의 정경이라 말하면서 두 성서를 구분하는 이들도 있다. 예수를 메시아로 믿지 않는 유대교에는 이 논리가 더욱 중요하다.

유대인들은 구약만이 진정한 하나님의 말씀이며 신약은 기독교가 만들어낸 허상인 것처럼 생각한다. 더불어 어떤 이들은 구약에서 찾아낸 신약으로의 연결고리를 후대 기독교인들이 구약에 삽입한 것으로까지 확대 해석했다. 이러한 논리는 1947년 사해 서쪽 해변 유대 광야의 절벽에 있는 11개의 동굴에서 발견된 성서 사본으로 인해 뒤집히고 말았다.

사해 주변에서 발견돼 사해사본으로 불리게 된 이 성서 사본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염소 한 마리를 잃어버린 두 베두인 목동이 우연히 발견했다. 건조하고 더운 사해 지역에서 사람들이나 동물은 동굴로 들어가 더위를 피하곤 했다.

한 동굴에 돌을 던져 염소가 숨어 있는 것을 확인하려고 했을 때 그들은 염소 울음 소리가 아닌 동굴 안에서 울려 퍼지는 쨍그랑 소리에 놀라고 말았다. 이 소리는 동굴 안에 있던 열 개의 기다란 항아리가 깨지면서 난 소리였다. 그 중 하나에는 고대 히브리어와 헬라어로 기록된 오래된 양피지와 파피루스 조각들이 들어 있었다.

이 후 11개의 동굴에서 900여 개의 조각이 발견되었는데 이 중에는 에스더서를 제외한 성서 전권은 물론이고 성서 주석들이 있으며 신약 전 후 시대 성전에서 행해진 제사의 모습이 기록된 책과 더불어 독특한 공동체의 규율이 적혀 있는 책들이 있었다. 특별히 첫 번째 동굴에서 발견된 이사야서의 경우 학계의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7.8m 길이의 양피지에 기록된 이사야서 전체 66장이 히브리어로 기록되어 있는 이 사본은 필체로 보아 주전 165년경 쓰인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 사본에는 메시아의 탄생을 예언한 9:6-7과 메시아의 고난을 예언한 53:5이 후대에 삽입된 것이 아니라 기록 당시 함께 들어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한때, 이 메시아에 대한 구절들은 기독교가 예수의 탄생과 고난을 신약과 일치하도록 후대에 삽입했다는 것에 대한 충분한 반박이 되었다.

거리에 나가면 온통 성탄절 장식으로 가득하다. 매년 예수님은 참으로 화려한 생일잔치를 하시는 것 같다. 기묘자요 모사요 전능하신 하나님이며 영존하시는 아버지요 평강의 왕으로 이 땅에 우리에게 오신 한 아기의 탄생을 축하하는 것은 당연하다(사 9:6).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은 그저 박수와 환호를 받으시기 위함이 아니다. 그분은 우리의 허물과 죄악 때문에 찔림을 당하시고 징계를 받으셨으며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는 평화와 나음을 받게 되었음을 우리는 더욱 기억해야 할 것이다(사 53:5).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은 신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의 탄생은 고난과 부활까지 이어지는 놀라운 역사이며 구약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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