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결교회로서는 제법 이름이 알려져 있는 어느 교회가 담임 목사 청빙 광고를 본지에 실었다. 마감 날까지 도착한 이력서(신청지원서)가 수십 매를 넘었다고 한다. 이력서만으로는 적임자를 구별해낼 수 없었던 교회는 설교 테이프나 인터넷 동영상 설교를 통해 적임자를 판별하려 하였다. 그러나 설교만으로는 인성이나 소명의식, 목회열정 등을 파악할 수 없어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 귀동냥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 아직은 작은 규모의 어느 교회는 신문에 청빙광고를 내기보다는 청빙이라는 제도의 정신에 충실하자고 다짐하면서 담임 목사 후보를 물색하였다. 그러나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더니 소문과 함께 자천, 타천의 이력서들이 쏟아져 들어 왔다. 목회자로서의 인성이나 소명의식, 목회열정 등을 감안해서 담임목사를 청빙하려던 계획은 아무리 고집해도 이뤄낼 수 없음을 그 작은 교회는 절감해야 했다고 한다.

▨…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사회적 현실 때문에 이력서를 수도 없이 써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우리의 사회적 현실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소명의 길에서마저 몇 십대 일의 경쟁을 당연한 것으로 묵인한다면 그 행태는 하나님의 종들을 일찌감치 좌절하게 만들어버릴 것이다.

▨… 올해에는 목사들도 근로소득세(또는 기타소득세)를 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교회의 또 다른 세속화(?)가 엉뚱한 데서부터 시작될 모양이다. 너무 앞서가는 예상일런지도 모르지만 소득세조차 낼 수 없는 면세 기준점 이하의 사례비를 받는 목회자들은 이참에 노동조합이라도 만들어야만 하는 것 아니냐는 객쩍은 소리까지 나도니 세속화는 제대로 되는가 보다.

▨… 교회의 세속화는 세속사회의 영향 탓도 있지만, 그 보다는 교회가 교회다움을 잃음으로 빚어질 때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젊은 목사들이 몇 십장의 이력서를 준비하고, 경쟁의 과정을 뚫기 위해서 스펙을 쌓아야 하고, 소명의식 보다는 납세기준점으로 자신의 목회열정이 평가되는 현실에 의해 세속화된다면 교회의 내일엔 거룩함이 자리할 수 없는 사태가 도래할 것이다. 누웬(H.Nouwen)은 목회자는 전문 직업의식을 뛰어넘어야 함을 강조했었다. 그것은 소명을 저버린 목회자의 세속화에 대한 경고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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