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젠가 한국교회의 교단 연합체의 수장 직에 입후보한 어느 목사가 내뱉은 말이 회자되어 가난한 목사들의 마음을 멍들게 한 일이 있었다. 연봉 1억원도 못받는 목사들이 교단 연합단체와 같은 큰 일터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요지의 발언이었다. 그는 그 단체의 발전을 위해 10억원 쯤을 희사할 수 있다고 공언했고, 당선됐다.

▨… 그때쯤, 가난한 목사들의 멍든 가슴에 다시 송곳을 들이대는 말이 튀어나왔다. 많은 사람들에게서 존경을 받는 어느 유명한 목사님의 청부론이었다. 깨끗한 부(富)라면 목사라고 누릴 자격이 없을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논지였다. 목사들이 그만큼 부자로 살기 때문에 방패막이로서의 신학적 근거가 필요해서였는지는 몰라도 아무튼 그의 주장에 ‘아니요’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그 유명한 목사님은 아마도 미국에서 신학공부를 하면서 ‘Clean Wealth’를 받아들였고 그것을 우리 말로 표현하기 위해 청부(淸富)라는 사전에도 없는 한자어를 조합하셨던 모양이다. 청빈(淸貧)은 있어도 청부는 없는 우리말 사전의 의미를 그분이 감지하였더라면, 조금 극단적이긴 하지만 ‘Clean Wealth’는 없다는 라우센부시(W.Rauschenbusch)의 단언에 귀를 닫는 만용만은 부리지 않았을 것이다.

▨… 세계 최대의 교회가 벌써 몇 년전부터 ‘돈문제’로 시끄럽더니, 이제는 ‘여자문제’까지 덧붙여지는 모양이다. 그 교회를 그만큼까지 성장시켜 한국교회 모든 목사들의 존경과 시샘을 한 몸에 받고 누구보다 성령 체험과 역사를 강조해왔던 분이 그럴 리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그 비리의 규모라고 떠드는 금액의 크기는 또 한번 가난한 목사들의 마음을 찢어놓는다.

▨… 청빈의 사전적 의미는 ‘성정이 청렴하여 살림이 구차함’이다. 우리가 교회사에서 보는 성령의 사람들은, 프란체스코이든, 웨슬리이든, 번연이든 모두 청빈을 자신의 몸으로 살고 간 사람들이었다. 세월이 하수상하니 성령께서도 변하시는 것일까. 요즘의 한국교회에서는 작은 교회의 가난한 목사들은 성령의 역사에 대해 입도 벙긋할 수 없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세계 최대의 교회를 일구어 낸 목사가 프란체스코처럼 가난해지는 성령의 역사는 없는지 한번 물어나보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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