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자연 가운데서 가장 약한 갈대일 따름이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하는 갈대이다”라고 정의한 것은 파스칼(1623~1662)이었다. 이어서 그는 “인간을 죽이는 데는 물 한방울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인간은 자기를 죽이는 우주보다 훨씬 더 고귀하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기가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인간의 죽음에 대한 이해를 밝혀주었다. 그에게 있어서 죽음을 의식한다는 것은 인간의 인간다움이었다.

▨… 유명한 스타 한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모두가 부러워할만한 명성을 얻었고 부를 쌓은 사람이었다. 그녀의 배우로서의 자질은 뛰어나서 20년동안 한결같이  인기를 누렸다. 그녀는 자신의 연기만큼 어머니로서도 억척이었다. 남편과 이혼하면서 법정싸움 끝에 양육권을 지켜냈고 아이들의 성도 자신을 따르게 하는 판결을 받아냈다.

▨… 그녀는 파스칼의 말처럼 천사도 아니고 짐승도 아닌 한 인간이었지만 자신의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명성이나 인기에 흠집이 생기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집요하게 싸웠다.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는 그녀의 TV 데뷔 첫 대사가 결코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려는 듯 그녀의 여자하기 나름에는 이혼한 남편이 혀를 빼물 수밖에 없을 정도의 억척스러움이 담겨 있었다.

▨… 한국 아줌마의 대명사 같아서 박수를 받았던 그녀가 아이들이 눈에 밟혀 어떻게 스스로 목숨을 버릴 수 있었을까. 우리 사회는 그만큼 이혼녀가 살아가기에는 힘든 구조일까. 그녀가 모든 것을 포기해야할 만큼 큰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원인은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남편과의 이혼과정에서 감추고 싶었던 속사정이 낱낱이 밝혀져도 꿋꿋이 견뎌냈던 그녀가 아닌가.

▨… 악풀이 그녀를 죽게 만들었다는 보도다. 인터넷의 익명성이 아무리 인간의 무책임, 비열함, 잔혹함을 부추긴다 하더라도 이즈음의 괴담들은 인간의 인간다움을 근본에서부터 부인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한때 괴문서가 교단을 마구 들쑤시던 시절이 있었던지라 그 비인간화의 냉혹함이 남의 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파스칼이 이 시대를 산다면 인간을 죽이는데는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고 ‘팡세’를 다시 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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