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아테네 출신의 프랑스 영화감독 코스타 가브라스는 ‘아멘’이라는 이름의 영화를 발표했다. 그 영화는 실존인물인 독일인 쿠르트 거슈타인을 주인공으로 삼았는데 그는 나치의 독가스실 책임자였다. 유태인 대학살을 정면에서 맞닥뜨렸던 그는 양심의 명령에 따라 바티칸 교황청과 연합군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막으려 했으나 모두의 외면으로 허사가 되었다는 줄거리였다.

▨… 이 영화에 대해 바티칸 교황청이 발끈했었다. 이 영화는 “나치는 공산주의를 막아낸다는 명목으로 가톨릭 교회를 보호해 주고 바티칸은 그 댓가로 유태인 학살을 묵인해 주었음”을 고발하는 내용이라고 영화 평론가와 지식인들이 한 목소리를 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바티칸 교황청은 나치를 인정한 적 없다고 발뺌했지만 유럽의 평판은 대체로 가브라스 편이었다.

▨… 종교개혁의 선구자 M.루터는 면죄부를 팔면서 기득권 사수에 눈이 멀어버린 바티칸을 향해 ‘95개조 논제’로 반가톨릭적 신앙을 선언하였다. 그러나 그런 혁명적 개혁의 선구자였던 루터도 토마스 뮌처(Thomas Muentzer)에 의해서는 ‘기회주의자, 세상과 제후들의 아첨꾼, 사도바울을 오독한 자, 비텐베르크의 교황’이라고 비난받았었다. 루터와 뮌처의 싸움에서 뮌처가 승리했었더라면…, 역사엔 가정이 없다는 것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란 주제로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가 이 땅에서 열렸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탈퇴한 우리 교단은 WCC 총회에 대해 참관만 허락했다. WCC의 신학노선이 비복음적이며 용공적이기 때문에 그와 궤를 같이하는 NCC에 복귀해선 안된다는 주장이 교단을 장악하고 있어서 세계교회의 축제가 남의 잔치로만 끝났다.

▨… 바티칸이 나치의 보호가 필요해 유태인 학살에 입을 다문 것은 아닐 것이다. 루터가 자신의 목숨 때문에 농민전쟁에서 제후의 편에 선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 교단이 다른 교파들의 종교다원주의나 용공적 성향이 두려워 NCC 복귀를 미루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제는 하나님의 뜻을 전면에 내세우며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지는 말자. 하나님의 뜻이 이현령비현령일 수는 없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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