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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려는 일본에 대해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 일본의 잘못된 과거사와 자국이기주의부터 먼저 참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0월 11~14일 일본 도쿄 루터대학 등에서 열린 동아시아본회퍼학회에서 서울신대 유석성 총장(한국본회퍼학회장)은 “일본이 아시아, 세계와 평화 공존하려면 집단적 자위권 발동이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식민통치와 침략의 역사부터 먼저 청산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본회퍼의 평화사상과 동아시아의 평화’라는 제목으로 발제한 유 총장은 “최근 한·중·일 등 동북아 3국의 협력관계가 실종되고 갈등 관계에 놓이게 된 것은 일본의 잘못된 역사 인식과 자국위주의 국가 이기주의의 부활에서 출발했다”며 “독일 메르켈 총리가 유대인들에게 진실된 고백을 했던 것처럼 일본도 동북아시아 국가에 진심 어린 죄의 고백을 해야 평화가 실현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독일이 패전 후 철저한 반성과 전범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과 달리 일본은 최근 아베 총리의 침략 전쟁 부인, 정권 내각 관료들의 신사 참배,  평화헌법 수정 등의 문제에 대해 비판을 가한 것이다. 

본회퍼의 평화사상에서 죄의 고백은 평화의 선행 조건이다. 유 총장은 “평화는 하나님의 계명이며,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죄의 인식과 죄의 고백, 자기희생이 필요하지만 일본은 과거사에 대한 죄 인식조차 없다”고 꼬집었다. 일본이 과거의 잘못을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군사력 증강 보다 죄의 인식과 고백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유 총장은 이어 “평화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현되어지는 과정이고, 소유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의 길이다”면서 “일본 그리스도인들이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가지고 (과거사에 대한) 죄의 고백을 실천할 때 비로소 평화가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총장의 과거사 발언에 대해 일본 현지 반응은 뜨거웠다. 일본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유키 시마다 박사(Dr. Yuki Shimada)는 “많은 일본인 앞에서 민감한 일본의 과거사에 대해 참회하라고 말한 것은 대단한 용기”라면서 “일본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인식과 하나님 앞에서의 죄의 고백을 가르쳐야겠다는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동아시아본회퍼학회에서는 한국, 중국, 홍콩, 일본 등의 본회퍼 연구가 80여 명이 참석했다. 세계본회퍼학회장 크리스티아나 티츠 박사(스위스 취리히대학 교수)가 ‘본회퍼의 종교비판의 현 시대에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에 대해 발제했다. 이 밖에도 세계본회퍼학회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한 김성호 박사가 ‘한국의 본회퍼 영향사’에 관해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