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아무래도 무리라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식물들조차 폭염에 지쳐 타버린 올여름 삼복더위에 에어컨도 없는 교육관에서 3일을 서울 아이들 데려다 여름성경학교를 하겠다는 것이! 그러나 해마다 하는 일을 올해도 시작했다. 누구보다 안타깝게 지켜보시며 힘내라 격려해 주실 그분을 바라보기 때문에 염려 딱 붙들어맸다. 느는 건 배짱이다.

몸밖엔 드릴 것 없으니 단지 준비는 삼일을 혼자서 금식하며 기도하던 일을 올해는 한 사람 더 끌어들여 함께 기도한 것 외에는 특별한 준비는 없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교재를 만들어 놓고 작년에 왔던 5학년이 된 아이들에게만 문자로 성경학교 날짜와 시간 그리고 주제를 알리고 보름 전까지 원서접수를 마감했다.
30명까지 데리고 한 적이 있지만 올해는 5학년 아이들이 10명 신청했다. 가르치기 딱 좋다. 교재 만든 목사가 직접 성경공부 네 번 가르치고, 교직 30년 경력 집사가 특별활동을 네 번 맡았다.

매 활동에 상품은 푸짐하게 준비했다. 5학년이 된 아이들 장래 꿈이 고스란히 나타난 아이들이 쓴 나의 일대기는 컴퓨터로 쳐서 책으로 만들어 배부했다, 교회 잔디밭에서, 다래나무 아래 우물가에서, 교육관 옥상에서 지정곡인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찬양대회를 준비하며 목청을 높이던 아이들의 맑은 음성이 오랜만에 조용한 시골 마을 구석구석 퍼져 나갔다.

초등학교 운동장을 독차지하며 했던 피구놀이 시간엔 뜨거운 햇볕을 구름이 내내 덮은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바람도 불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구름기둥과 불기둥으로 인도하셨던 하나님은 황토방교회 온 아이들에게도 경험시켜 주셨다. 그래서 피구놀이 마치고 1킬로미터 넘는 시골길을 걸어서 교회까지 온 아이들이 먹은 팥빙수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식사 외워야 먹을 수 있던 밥절이라 부르던 성경요절을 올해는 뺐다. 그 대신 마가복음 전체를 다 읽히고 퀴즈대회를 했다. 답이 안 나올 때는 오픈 북을 하면서 마가복음 전체를 마쳤다. 사이 사이 재밌게 복음서 말씀도 전했다. 의외로 아이들이 너무 열성적으로 참여하면서 좋아했다.

올여름 성경학교는 흥미있는 이벤트도 없었다. 자기들과 함께 놀아줄 젊은 교사도 없었다. 늘 끼고 있던 스마트폰도 성경학교 기간 반납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뛰어놀며 땀을 흘리면서 자기들이 알아서 그늘을 찾아다니고 친구들끼리 서로 이야기하고, 장난치며, 웃고, 소리치며 행복해했다. 스마트폰 생각은 아예 잊어버리고 있었다. 친구들끼리 소통이 되니 아무도 스마트폰을 찾지 않았다.

식사 때마다 정성을 다해 맛있는 음식과 간식을 준비해 주신 성도님이 8년 전 황토방교회 성경학교에 참석했던 어린이의 엄마였음을 둘째 날 밤 옥상에서 나눈 간증과 촛불 기도회 시간에 알았지만 그분이 예수 믿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평신도인 줄 아이들은 모른다. 성경학교 기간 내내 자신들을 즐겁게 한 푸짐한 상품들이 보조로 주방 봉사하던 집사님이 아무도 모르게 성경학교 일주일 전에 교회에 택배로 보낸 사실도 아이들은 모른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중순 2박 3일을 애굽나라 고센 땅의 이스라엘 백성을 보호하셨듯이 폭염 속의 양평이지만 황토방교회 땅에 온 아이들을 보호해 달라고 생떼 쓰듯 긴급 기도한 사실을 아이들은 모른다. 자기들이 누리는 이 풍성한 것들이 하나님의 손길이었음을 어찌 알 수 있으랴! 바람과 그늘이 그렇게 고마운 줄 에어컨에 길들여졌던  아이들은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선풍기 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렇게 2박 3일의 시간들은 꿈결처럼 지나갔다. 아무도 탈난 아이들이 없었다. 잘 먹고 잘 자고 건강하게 잘 지냈다. 직장에서의 황금 같은 여름휴가를 성경학교에 반납하면서 몸도 드리고 시간도 드리고 물질을 드리면서도 주방 봉사한 성도들은 행복해했다.

폐회예배 때 3일 동안 담은 자기들의 활동 영상을 보며 포복절도 하던 아이들은 내년을 기약하며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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