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는 40세에 귀농을 했다. 애굽의 왕자에 자리를 버리고 미디안 광야에 목동으로 전락했다. 귀농을 위해 준비 된 게 하나도 없었다. 귀농 프로그램을 교육받았다거나 정착에 대한 정보를 배운 것도 아니다. 퇴직금이나 연금으로 정착을 뒷받침할만한 경제적 기반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아무 대책 없이 하루아침에 광야로 내몰려 귀농의 처지가 되었다.

지금까지 해본 일이 없는 목축업은 그에게 새로운 세계이며 한편 익숙하기 까지는 많은 시행착오를 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목동들의 노하우를 배우며 고달픈 생활을 적응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으리라. 귀농을 해보니 목축으로 부를 이룬다는 것은 꿈만 같은 이야기였다. 그냥 하루하루를 평범한 목동으로 보내는 것이 전부였다.

처음에는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의욕도 있었지만 이제 나이 들면서 지칠대로 지친 그에게는 자포자기와 체념하며 사는 것이 편했다. 귀농한지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무엇하나 이룬 것 얻은 것도 없다. 이제 꿈도 접은 지 오래다. 이제 모세의 인생이 이렇게 끝나가고 있음에 저항할 수 없는 현실이다.

오늘도 80세노인 모세는 양떼를 몰고 호렙산 근처 초원으로 나왔다. 떨기나무에서 꺼지지 않는 불을 발견하고 이상하여 가까이 갔을 때 ‘모세야!’라며 누군가  모세를 불렀다. 모세는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광야에서 모세의 이름을 불러 주는 자가 없었다. 부름 앞에 나아갈 때 야웨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웨는 급히 접근을 막으시며 네 발의 신을 벗으라고 명한다. 네 맘대로 다니던 때 묻은 신발을 벗으라는 것이다. 맨발의 모세를 하나님은 만나 주셨다. 귀농한지 40년이다.

애굽에 가서 네 백성을 구하라고 명령 하신다. 초라한 노 목동 모세는 자신감을 잃은 지 오래다. 모세는 벌벌 떨고 울먹이며 옛날의 모세가 아닙니다. 보낼만한 사람을 보내라고 극구 사양한다. 하나님은 거부의사를 반복하는 모세에게 가라고 다그친다.

네 손에 든 것이 무엇이냐? 지팡이입니다. 모세의 손에 든 지팡이는 보잘 것 없는 말라버린 막대기에 불과했다. 40년을 광야에서 목동 일을 하면서 사용한 도구다. 이 지팡이가 바로 하나님의 지팡이가 되어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는 도구가 되었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그를 귀농을 통하여 소위 지팡이 신학으로 광야에서 훈련시키신 것이다. 지팡이 앞에 왕자로서의 수업을 통하여 닦은 지성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왕의 후계자로서의 꿈도 물거품이 되었다. 여기에 하나님의 능력에 신비가 있다. 모세의 지팡이는 신약에 십자가의 모형이다. 십자가는 로마의 처형도구다. 이 십자가에 예수님이 달려 죽으심으로 인간을 구원하는 하나님의 능력의 도구가 되었다. 십자가의 비밀은 복음의 핵심이다.

사도바울은 그리스도의 고상한 지식 앞에 모든 것을 버리고 십자가를 붙들었다. 십자가를 튼튼히 붙들고 날마다 이기며 나가세. 마른 지팡이만도 못한 나를 영혼 구원의 도구로 쓰임 받음에 감격할 뿐이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