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하루도 천국을 생각해보지 않은 날이 없다.” 산다는 것이 생존한다는 것이 너무도 힘겨웠던 ‘난장이’ 아버지는 차라리 달나라의 천문대에서 망원렌즈나 지키는 일을 맡았으면 하는 망상을 가슴에 담고 있었다. 철거반원들이 하꼬방 같은 집을 사정없이 부술 때에도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조세희·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인간의 삶은 자연상태에서도 평화가 아니라 전쟁”이라고 주장했던 홉스(T.Hobbs)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인간의 삶의 진실이라고 주장하였다. 내가 살기(승리하기) 위해서는 너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려는 인간의 본성을 직시한 것일까 마키아벨리(Machiavelli)는 “모든 인간이 사악하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었다.

▨… 우리 사회는 더 이상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던 그 사회는 아니다. 무역규모로 세계10대 대국,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의 광풍, 세계 방방곡곡을 찾는 한국 선교사들의 발길. 스마트폰 보급률 세계 1위. ‘난장이’가 굴뚝 위에서 몸을 던져야만 했던 날이 불과 30여년전이었음을 결코 상상도 할 수 없는 오늘이다.

▨… 그러나 그 화려한 우리사회의 뒷창을 열고 심층을 들여다 보면 여전히 굴뚝에서 떨어진 ‘난장이’들이 널부러져 있다. 일 자리를 잡지 못한 젊은이들이, 병원조차 찾을 수 없는 노인들이 ‘남한 드림’이 산산조각난 새터민들이 삶을 포기하고 있다. 틸리히(Tillich)는 “사랑(agape)은 구체적 상황에 경청한다. 그 최고의 표현은 사랑하는 자를 위한 자기희생이다”라고 밝혔는데 오늘의 교회는 패배한 ‘난장이’들을 경쟁의 당연한 부산물로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어야 하지 않겠는가.

▨… 총회장과 부총회장 명의로 ‘재능기부 성결가족 모집’에 대한 안내문이 발표되었다. 우리교단으로선 재능기부라는 낯선 용어에 대한 첫 도전이다. 재능기부라는 말이 지니고 있는 사회적 봉사의 의미를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비로소 교단이 교회가 사회적 존재임을 자각하는 것 같아 기대가 크다. 삶의 자리는 전쟁터가 아니라 아가페가 그 모습을 드러내는 자리임을 교단의 새 지도부가 이 운동을 통해 밝혀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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