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한 추
연일 뉴스를 달구고 있는 이슈 중에 하나는 내노라하는 기업들의 비자금 소식이다. 일반인들은 평생을 벌어도 만져볼 수도 없는 어마어마한 금액이 외국의 어느 섬에 형체도 없는 종이회사에 투자되어왔단다. 대기업의 잇속 차리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을에게 강압적으로 떠넘기는 갑의 횡포는 도를 넘어서 여러 사람들의 생을 마감하게 만들었다. 기업들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장사꾼들은 그렇게 항상 자신의 이익과 배부름만 좇느라 타인의 고통이나 부족함을 바라보는데 인색한 것 같다.
구약시대 장사꾼 혹은 상인을 부르는 단어는 주로 가나안인이었다. 주로 무역을 업으로 살았던 두로와 시돈 출신의 베니게인들을 부르는 호칭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호세아 12:7에서처럼 북왕국 이스라엘의 종교적 타락을 이야기하면서 에브라임을 상인이라 칭하기도 했다. 여기서 에브라임은 손에 거짓 저울을 가지고 속이기를 좋아하는 상인이라는 욕을 먹었다. 구약시대의 화폐는 동전이 아니었다. 동전은 주전 6세기에 가서야 주조된 것으로 이스라엘 사람들은 바빌론에서 포로시기를 보내면서 동전을 주조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구약시대 가격을 정하는 수단은 항상 무게를 재는 것이었다.
주로 은의 무게를 재어 가격을 계산했는데 이는 성경 속에서도 은과 금을 사용한 거래에 대한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이다. 예레미야가 산 밭은 은 17세겔로 그는 증인 앞에서 “은을 저울에 달았다(렘 32:10)”. 은이 화폐의 수단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많은 유적지들에서는 은 조각들이 항아리나 주머니 같은 곳에 넣어져 보관된 채로 발견되기도 한다. 은 조각들 중에는 부러진 반지나 팔찌들이 있어 가격을 지불하기 위한 무게를 잴 때 은의 모양은 그다지 상관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은의 정확한 무게를 재기 위한 이스라엘의 단위는 세겔이다. 그림에서 보는 저울은 라기스에서 발견된 것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저울과 모양이나 사용방법에 있어 그다지 다르지 않다. 이러한 저울은 “누가 손바닥으로 바다 물을 헤아렸으며 뼘으로 하늘을 쟀으며 땅의 티끌을 되에 담아 보았으며 접시저울로 산들을, 막대 저울로 언덕들을 달아 보았으랴(사 40:12)”에서 언급되고 있는 접시저울이다. 한쪽에 은을 올려놓으면 반대편에는 돌이나 금속으로 만든 추를 올려놓았다.
이 때 1세겔의 무게는 11.5g으로 이스라엘 유적지 전역에서 발견되는 작은 돌멩이들 위에는 세겔과 더불어 각각의 추가 가리키는 무게가 새겨져 있다. 저울추의 크기는 그 무게에 따라 일정했으며 실제로 무게를 재어보았을 때도 고대 어떻게 이렇게 정확한 무게로 깎을 수 있었을까 의아할 정도로 정확하다. 그러나 때때로 저울추들 중에는 그 위에 새겨져 있는 무게에 비해 가벼운 것들이 있었다. 이는 마치 에브라임이 거짓 저울을 사용하여 사기를 치고 있는 모습이나 “주머니에 둔 거짓 저울추(미 6:11, 잠 16:11)”를 상상케 한다.
여호와 앞에 거짓 저울추는 분명 죄악이다. 신명기는 “너는 주머니에 두 종류의 저울추 곧 큰 것과 작은 것을 두지 말라(신 25: 13)”고 명령하고 있다. 상인은 때에 따라 같은 값에 다른 추를 달곤 했을 것이다. 레위기는 “재판에든지 도량형에든지 불의를 행치 말고 공평한 저울과 공평한 추와 공평한 에바와 공평한 힌을 사용하라(레 19:35~36)”고 말씀하고 있다.
비단 기독교인만이 이 말씀을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위한 계산만으로 눈속임을 일삼아 사회를 기만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공평한 추를 사용한 저울이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