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8시간 이상 돌봄, 체력·정신 ‘파김치’
‘신앙’스트레스 감소에 효과 높아 … 교회적 관심 필요

 광주교회 이병희 권사의 하루는 바쁘다. 올해 8살, 7살 손주 2명을 돌보다보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 모른다. 항상 손주들과 지내는 덕분에 다른 할머니들에 비해 손주들과의 친밀감은 높지만 때때로 체력적이나 정신적으로 한계가 찾아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 권사처럼 손자녀를 돌보는 할머니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짐에 따라 육아를 책임져주는 손자녀 돌보미 할머니들도 증가하는 것. 교회 여성들도 다르지 않다. 우리 교회 권사님과 집사님들이 하루 종일 손주들과 북적북적 거리며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할머니들이 기쁨으로 손주들을 돌보지만 불현듯 찾아오는 외로움과 체력적인 한계를 이기기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들을 위한 관심과 지원책이 필요한 이유다.

‘자녀 취업’ 위해 돌봄 나서

통계청에 따르면 만 6세 이하 어린이의 40.7%, 0~2세 영유아의 58.1%를 돌보는 사람이 할머니라고 한다. 실제로 맞벌이 가정 3/4 이상이 할머니들에게 손주를 맡기고 있으며, 할머니들은 주당 40~50시간, 하루 평균 8시간 정도를 손주를 돌보는데 할애한다고 한다.

이들이 자신의 시간을 손자녀 돌봄에 사용하는 이유는 ‘자녀들을 돕기 위해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100세 시대 대비 여성 노인의 가족돌봄과 지원방안 연구’에서 조부모 1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8.3%가 ‘자녀의 취업을 돕기 위해’ 손자녀 돌봄에 나서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자녀의 양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35%)’, ‘남에게 손자·손녀를 맡기는 게 불안해서(32.7%)’ 손자녀를 직접 돌보고 있다는 응답도 이어졌다. 남보다 가족의 손길이 더 믿음이 가고 재정적으로 도움을 받기 위해 할머니들에게 손주를 맡기는 자녀들이 많은 것이다.

물론 손자녀를 돌보는 것이 마냥 힘든 것만은 아니다. 할머니들은 자녀에게 도움을 주고, 손자녀가 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가족 간 대화가 늘어나 화목해지기에 손주 돌봄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들 중 67%는 다른 방법이 있다면 손자녀를 돌보는 것을 그만두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자녀들과 육아갈등도 커

할머니들은 손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체력적인 한계와 양육에 대한 부담감을 꼽았다. 나이가 들수록 아이를 돌보는 것이 힘에 부치고 양육과 살림을 병행하면서 오는 어려움이 커지며, 육아 방식을 놓고 벌이는 자녀와의 갈등 때문에 손주 돌봄이 어렵다는 것이다.

7년째 손주 2명을 잇따라 돌보고 있는 김형민 권사(가명)는 자녀들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터뜨렸다. 그는 “사랑으로 손주들을 돌보지만 나이가 있고 체력적으로 한계가 느껴져서 젊은 사람들을 따라가기가 정말 힘들다”며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들을 돌보느라 허리 한 번 펼 시간이 없는데 못해준 것만 얘기하는 딸을 볼 때면 얼마나 괘씸한지 모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재정적인 부담을 토로하는 할머니들도 있었다. 실제로 손자녀 돌보는 여성 중 1/4만이 대가를 받고 있으며 이중 대다수는 60만원 미만을 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이렇기에 서울 서초구 등에서 운영 중인 손주 돌보미 제도(주:손주 돌보는 할머니들에게 지자체가 일정액을 보조하는 것)가 인기를 끄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신앙이 스트레스 감소에 효과적

이러한 상황에서 신앙생활이 할머니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끈다. ‘취업모 가정에서 손자녀를 돌보는 조모의 양육 스트레스와 삶의 질’이라는 보고서에서 오진아 연구원은 할머니의 양육 스트레스가 종교의 유무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고 발표했다. 종교가 있는 할머니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신앙생활이 할머니들의 육아 고통을 감소시켜주는 것.

전문가들은 “종교 활동을 통해 외부와 자주 접촉하고 교회 친구들과 같은 고민을 나누며 자연스럽게 스트레스가 준다”며 “특히 하나님에게 의지하고 기도를 통해 고민을 해결하면서 마음의 고통을 줄여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육아휴직제도·유연근무제도 활성화’, ‘장시간 근로 문화 개선’, ‘여성노인 지원프로그램 확대’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 함께 할머니들에게 건강관리법과 육아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건강과 육아 방법에 대한 갈급함이 있는 할머니들에게 지자체나 교회 같은 단체에서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이들의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할머니들의 건강한 노후를 위해 자녀와 교회가 더 관심가져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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